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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실용] '나는 이렇게 나이들고 싶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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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렇게 나이들고 싶다
원제 戒老錄, 소노 아야코 지음,
리수, 오정순 옮김,286쪽,9500원

“스물 다섯 살 때 나는 얼마나 속이 좁았던가. 사람들은 그걸 순수하다고 하는 것일까? 나이 40이 가까워지면서 조금씩 달라졌다. 그것은 내가 타인의 입장을 헤아릴 수 있는 기술을 터득하기 시작한 것과 때를 같이한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좋은 것이다’라는 토마스 아퀴나스의 말에 감동 받은 것은 중년을 넘어서였다면, ‘오, 행복한 형벌이여’라는 그리스도교의 역설적 표현에 푸근한 마음이 느껴진 것도 역시 그 이후였다.”

일본의 여성 문필가의 30년 스테디셀러의 서문은 그렇게 차례로 변모한다. 맨 앞 인용이 그의 나이 41세 때 첫 판 서문이고 뒤의 것은 65세 때 수정본의 서문이다. 점차 달관의 멋까지 풍기지 않는가? 요즘 막 나오기 시작한 책들이 실버출판물이지만 『나는 이렇게 나이들고 싶다』는 미주알고주알의 정보와 함께 이런 삶의 철학도 곁들여져 있다. 이웃나라에서 한 세대가 넘어가는 스테디셀러의 책은 뭔가 달라도 다른 것일까?

책의 주안점은 역시 ‘너그러워지기’다. 최근 일본에서는 노부모 부양의무를 소홀히 하는 자식을 상대로 한 부양비 청구소송도 잇따르고 있다지만 저자는 노여움·푸념·잔소리 등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를 실례를 들어 강조하고 있다. “뭐, 노인이니까 양해해주겠지”하는 식으로 남에게 기대려는 자세도 노년의 행복을 가로막는다는 충고도 들려준다. 따라서 책에 담긴 정보는 굉장한 인생철학은 아니지만 마음에 와닿는다. ‘자주 씻을 것’ ‘화장실 사용 때 꼭 문을 잠글 것’ ‘저녁에는 일찌감치 불을 켤 것’등 잔소리 아닌 잔소리도 빼놓지 않는다.

조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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