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가수' 안치환, 5집내고 '검열'자청…100% 무사통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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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안치환이 관계기관에 자기 노래 '검열' 을 자청했다.

신보 (5집) 수록곡들을 심의해달라고 얼마전 공진협에 신청서를 낸 것. 누구나 자유로이 음반을 내는 시대에, 다른 사람도 아니고 '민중가수' 라는 안치환이 이런 행동을?

"옛날 기준으로는 당연히 금지곡감인 노래들이 꽤 됐어요. 저항시인 김남주씨가 작사한 '삼팔선은 삼팔선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같은 노래들을 담았는데 혹시라도 발매 뒤 문제가 돼서 음반이 회수당하는 꼴을 보기싫어 선수를 친거죠. 그런데 결과는 1백% 무사통과였어요. " 그순간 안치환은 정신이 확 들었고 일말의 허탈감마저 느꼈다고했다.

"내가 딛고 서 온 프리미엄이 사라졌음을 확실히 안거죠. 시대가 달라진 거예요. 그렇지만 이 달라진 시대에도 사람들을 옥죄는 질곡들은 형태를 바꿔 살아있지요. 그걸 노래하고 싶어요. " 그의 말대로 시대는 달라졌고 '민중가요' 에도 새로운 리얼리즘이 요구되고있다.

안치환은 이미 2년전 4집에서 전공인 포크 대신 록을 선보여 새 시대의 새 노래를 찾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선굵은 선율의 '당당하게' 와 '숲을 헤치며' 로 그는 대중에게 인사를 했지만 정작 사랑받은 노래는 서정성 짙은 '내가 만일' 이었다.

이 노래로 그는 인기가수가 됐지만 그가 전하려던 메시지는 절반만 전달되는 결과를 빚었다.

'내가 만일' 로 처음 안치환을 접하고 음반을 산 대중들은 이곡외에 다른 곡은 별로 듣지 않는다.

그의 공연장에 찾아온 일부만이 그가 전하고픈 다른 절반을 듣게된다.

다섯번째 정규음반인 신보에서 그는 다시한번 민중성과 대중성을 조합한 시도를 하고있다.

15개 수록곡중 '삼팔선…' 을 비롯해 통일을 염원하는 노래들을 음반 뒷쪽에 담고, 앞쪽에는 '내가 만일' 처럼 서정적이고 예쁜 '얼마나 더' 등속의 노래들을 실었다.

특히 두번째 트랙에는 그룹 꽃다지에게 지어줬다가 유려한 선율과 따스한 메시지가 맘에 들어 직접 부른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가 실려있다.

안치환의 단골 레퍼토리로 대학가에선 벌써 히트한 노래다.

" '내가 만일' 이 뜬 후로 '방송용' 노래와 '공연용' 노래를 구분하는 버릇이 생겼어요. 이번 음반도 흥행을 위한 방송용 곡을 미리 의식하고 들어간 게 사실이예요. 그렇지만 이걸 '변절' 이라곤 생각하지 않아요. 시대와 대중은 같이 가는 것이고, 그렇다면 대중에게 강요하지 않고 자기 메시지를 전하는 노래가 가장 좋은 노래 아닐까요. 저는 그런 노래를 부지런히 짓고 부를 거예요. "

강찬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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