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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부조직법 공포, 7개부처 장관없이 출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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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김수한 (金守漢) 국회의장이 28일 백지.기권투표 등 한나라당이 검토하는 투표방식에 제동을 걸고 나서 2일로 예정된 '김종필 (金鍾泌) 총리 임명동의안' 에 대한 국회 표결이 일대 전환을 맞고 있다.

여권은 무기명 비밀투표를 실시할 경우 총리 임명동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한나라당이 어떤 투표방식을 택하느냐가 정국의 중요 변수가 되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아직 표결방식을 확정짓지 못한 상태인데 당 일각에서 무기명 비밀투표 수용 의견도 제시해 주목된다.

한편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은 국회 본회의 표결때 한나라당이 변칙방식을 강행, 여야 충돌이 벌어져 표결이 무산되면 국회 인준을 포기하고 3일중 '김종필 총리서리' 의 제청을 받아 각부 장관들을 임명한 뒤 곧바로 업무에 들어가게 할 것으로 알려졌다.

金대통령은 또 더이상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시로 28일 오전11시 정부조직법 개정안.직제 개정안을 재가했으며 정부는 오후3시 관보를 통해 이를 공포했다.

이에따라 공식적으로 새로운 정부조직이 출범했으며 재경원.통일원.외무부.내무부 등 주요 부처 14곳의 장관이 자동 면직됐다.

동시에 총리 임명동의 지연으로 7개 신설 부처의 장관과 기획예산위원회 등 3개 장관급 기관의 기관장이 없는 법적 국정공백상황이 초래됐다.

◇ 김수한 의장의 입장과 상황변화 = 여야가 정면 대치한 가운데 한나라당 소속인 金의장이 28일 "인사투표에 관한 국회법과 국회관행은 무기명 비밀투표" 라며 백지.기권투표에 반대해 새로운 국면이 전개됐다.

여권은 무기명 비밀투표가 보장되면 총리 임명동의안이 통과될 것으로 전망하며 다수당인 한나라당도 그 경우 상당한 이탈표가 나와 'JP총리 반대' 당론 관철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다.

여권은 전원이 출석할 경우 한나라당 의원 20명 이상을 끌어들이면 통과에 필요한 1백48석 (국민회의 79석.자민련 43석.국민신당 8석중 6석.무소속 1석등 포함) 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한나라당은 金의장이 "야당이 백지투표나 기권투표를 강행해 본회의장에서 여야 충돌이 빚어질 경우 감표위원의 의견을 들어 투표를 중단시킬 수밖에 없다" 고 밝히자 충돌을 피하는 투표방식을 모색하고 있다.

金의장은 자신의 입장을 한나라당 총무단에 전달했으며 2일의 의사진행을 국민회의 김영배 (金令培) 부의장에게 넘기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져 주목된다.

여권은 金의장의 무기명 비밀투표 지지 의사를 확인한 뒤 한나라당 의원에 대한 1대1 설득작업을 강화하고 있다.

◇ 여야 입장 = 국민회의는 28일 조세형 (趙世衡) 총재대행 주재의 당무회의에서 국회표결이 무산될 경우 총리서리체제를 강행키로 당론을 모았으며 자민련도 같은 입장을 재확인했다.

양당은 또 한나라당이 전원기권을 위해 백지투표 등의 방법을 동원할 경우 실력저지키로 했다.

박상천 (朴相千) 원내총무는 "본회의에서 투표가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하루로 한정된 회기를 연장하지 않고 서리체제로 가겠다" 고 보고했다.

金대통령은 27일 밤 한나라당측의 일괄기권표결 방침을 朴총무를 통해 보고받고 더 이상 총리임명동의 문제로 국정마비 상태를 지속시킬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나라당은 2일 오전 투표방식을 최종 결정한다는 방침인데 위법 시비를 피하기 위해 의원들이 기표소에 들르되 기표하지 않고 나오는 '형식적 무기명투표' 나 아니면 무기명투표를 완전히 수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기존의 백지투표 (기표소에 들르지 않고 용지를 투표함에 넣는 것) 나 기권투표는 물리적 충돌 가능성과 김수한 의장의 이의제기로 채택 가능성이 낮다.

◇ 국정공백 = 총리임명동의가 지연됨에 따라 후속 장관 인사를 못해 신설되는 재경부.통일부.외교통상부.행정자치부.과학기술부.문화관광부.산업자원부 등 주요 7개 부처의 장관이 공석이 됐다.

이들 부처의 경우 차관도 보직이 자동으로 없어져 장관의 업무를 대신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결재를 맡아야 할 장관이 없어 정부의 주요 정책결정은 모두 중단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대통령 직속 기획예산위원회.여성특별위원회와 총리실 소속 국무조정실 등 장관급 3개 기관도 기관장이 없다.

특히 기획예산위원회와 여성특위는 새 업무를 맡을 인력배치도 되지 않아 법적으로는 존재하나 실체는 없는 유령기관이 됐다.

차관급으로 신설된 예산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청의 기관장도 공석이며, 차관급으로 격하된 기관인 법제처.보훈처.비상기획위원회는 기관장이 없는 가운데 기존의 차장이 업무를 대행하고 있다.

한편 총무처는 이같은 국정공백현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새 정부조직법이 공포되기 직전 각 부처에 '정부조직개편에 따른 인사처리지침' 을 시달했다.

지침은 일반 보직발령이 없지만 임시로 기존 부처의 모든 공무원은 기존 업무를 계속 수행하며, 신설.통폐합되는 부처의 경우는 새로운 업무와 가장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던 공무원이 그 업무를 대신토록 했다.

김석현·김진·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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