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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수·정의화·황우여 3인의 원내대표 출사표

중앙선데이

입력

'김빠진 경선'이 될 줄 알았던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 열기가 살아나고 있다. '경선 연기론'이 한풀 꺾이고 친박 최경환 정책위의장 카드가 안상수·정의화·황우여 '3파전'에 불을 붙였다. 다음은 중앙SUNDAY 기사 전문.

대통령 잘못에 할 말은 하겠다

안상수(63·의왕-과천·사진) 의원은 16일 이른 아침 김포공항으로 향하는 승용차 안에서 기자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경남 창원으로 ‘선거운동’을 하러 가는 길이라고 했다.

-경선 연기론이 제기됐다.
“많은 의원이 연기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논의의 실익이 없다. 국민에게 약속한 경선 날짜를 함부로 바꿔선 안 된다.”

-김무성 추대론도 있었는데.
“박근혜 전 대표가 지적한 대로 우리 한나라당이 당헌·당규에 따르지 않고 자꾸 편법을 쓰는 것은 거대 여당으로서 국민에게 부끄러운 일이다. 친이-친박이 화해하는 큰 계기를 만들기 위해 모두 합의하고 제게 양해를 구했다면 저도 양보할 의사가 있었다. 그런데 (박 전 대표나 저에게) 사전 양해도 구하지 않고 그런 얘기가 나온 것은 옳지 않다.”

-한나라당의 가장 큰 문제는 계파 갈등인가.
“국정 수행에 있어 대통령이 좀 더 한나라당의 의견을 존중해 주고 국민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계파 갈등은 그 다음 문제다. 원내대표 등 직위 몇 개로는 계파 갈등 해소에 큰 효과가 없다고 본다. 박 전 대표와 이명박 대통령이 대화합을 이뤄야 한다.”

-김성조 여의도연구소장을 러닝메이트로 한 것은 친박 화합책과 관련 있나.
“그렇다. 처음부터 정책위의장은 친박계 의원으로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또 김 소장이 친화력이 높고 정치력이 있어 단순한 경제적 식견 이상을 요구하는 정책위의장에 적합하다고 본다.”

-친이 색이 강하다는 비판도 있다.
“동의하지 않는다. 이명박 캠프에서 한 번도 일한 적이 없다. 대선 후보 경선 때도 중립 성향의 희망모임 대표를 맡았다. 이후 원내대표로서 이 대통령을 지지하고 도운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음 대선 후보로 박 전 대표가 뽑힌다면 마찬가지로 대통령 당선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홍준표 원내대표 직전에 원내대표를 하지 않았나.
“한나라당이 표류할 때 경험 있는 선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나왔다. 민주당 박상천 의원은 원내대표를 야당 때 두 번, 여당 때 한 번, 총 세 번을 했다. 집권 2년 차에 이명박 정부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는 게 사명이다. 내 진심을 동료 의원들이 알아주길 바란다.”

-당 지도부가 청와대에 끌려다닌다는 비판도 있다.
“어려울 때일수록 정도를 걸어야 한다. 당·정·청이 함께 힘을 합쳐야 한다. 한나라당이 대통령과 정부의 잘못은 지적하고 할 말은 하는 게 곧 돕는 길이다. 단 공개 비판이 아니라 물밑에서 충분한 의견 교환을 통해 시정해 나가도록 하겠다.”

-민주당 이강래 의원이 신임 원내대표로 뽑혔다.
“서로 반대 진영의 요직을 맡아 대선을 두 번 치렀기 때문에 그를 잘 안다. 전략적 두뇌가 뛰어나고 경험이 풍부하다. 2002년 대선 때는 정몽준-노무현 단일화 카드를 들고 나오더라. 강성에 지략이 뛰어난 야당 원내대표를 상대하려면 여러 당직을 거치고 경험도 풍부해야 한다. 단호함과 유연함을 갖추지 않으면 끌려갈 위험이 있다.”

-미디어 관련법 등 6월 국회 대책은.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이강래 신임 원내대표가 모두 강성이다. 그럴수록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본다. 여당이 양보할 건 하겠다. 합의 처리를 최우선으로 하되 안 되면 3월에 합의한 대로 표결 처리하겠다.”

-쇄신특위에 어느 정도 권한을 줘야 한다고 보나.
“쇄신특위가 당 쇄신이 필요한 부분을 광범위하게 논의할 수는 있지만 비상대책위는 아니다. 원내대표 경선 연기까지 다룬 것은 지나친 감이 있다.”

-조기 전당대회론에 대한 입장은.
“쇄신위 최종안이 나오고 전당대회 준비를 하려면 10월 재·보선 이전엔 힘들 것이다. 하지만 내년 지방선거에 대비하려면 새 지도부를 꾸려 국민에게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 내년 초가 적절하다.”

골수염 걸린 여당 근본 치료할 터

정의화(61·부산 중-동·사진) 의원은 20년간 영호남 화합을 위해 노력했다. 6년째 지역화합특위 위원장도 맡고 있다. 여야 모두 ‘화합 전도사’로서 그의 진정성을 높이 평가한다. 그는 “동서 화합의 경험을 살려 친이-친박으로 양분돼 있는 한나라당의 화합도 이뤄 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나라당, 뭐가 문젠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1년 반이 다 돼 가는데 더 이상 갈등만 해서는 안 된다. 이제 치유의 시기로 들어가야 한다. 재·보선 참패는 국민의 엄중한 경고다. 이를 무시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내가 의사 출신인데 지금 한나라당은 골수염에 걸린 환자 신세다. 안에서는 곪는데 밖에선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항생제나 대충 투약하는 걸로는 어림도 없다. 근본 치료에 나서지 않으면 머지않아 다리를 잘라 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어떻게 변화해야 하나.
“쇄신특위가 구성된 만큼 의연하고 차분하게 각계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원내대표 경선 연기론이 나오는데, 이는 차분한 대응 기조에서 한참 벗어난 얘기다. 경고는 경고로 받아들여야지 아주 위급한 상황인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것도 옳지 않다.”

-여당이 청와대와 정부에 끌려만 다닌다는 지적이 많다.
“그 부분은 확실히 하겠다. 공천도 정당이 심사위를 통해 합리적으로 후보를 내고 당 대표가 사인해야지, 청와대 지시에 의한 공천은 있을 수 없다. 내가 원내대표로 있는 한 묵과하지 않을 것이다. 장관들의 국회 비하 발언도 내가 상임위원장이었다면 옷을 벗었어야 했을 거다. 어떻게 장관 입으로 그런 말을 할 수 있나. 질서는 바로잡아야 한다.”

-왜 이 지경까지 왔나.
“소통의 문제다. 고위 당정협의도 곧잘 하지만 밥 한 번 먹는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과연 내실 있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빌 클린턴 행정부 때 넥타이 풀고 허심탄회하게 국정을 논하는 모습이 국민에게 큰 신뢰감을 주지 않았느냐.”

-친박계 포용이 화두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다. 우선 권력을 쥐고 있는 친이 쪽에서 마음을 열어야 한다. 친박도 내년 지방선거까진 가만히 있겠다고만 해서는 안 된다. 이는 10월 재·보선과 내년 6월 지방선거 때도 당이 지는 걸 그냥 지켜보고만 있겠다는 얘기다. 내가 앞장서 밤을 새워서라도 난상토론을 할 것이다. 이명박의 성공이 박근혜의 성공이고 한나라당의 성공이며 대한민국의 성공이다.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일 수 없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한나라당의 미래는 없다.”

-김무성 추대론이 나왔었는데.
“정치공학적 봉합에 불과했다. 추대해 친이-친박 화해가 이뤄진다면야 뭘 못하겠나. 하지만 오히려 더 큰 분란의 소지만 잉태했을 것이다.”

-조기 전당대회에 대한 입장은.
“아이디어 차원에서 있을 수 있는 얘기다. 하지만 정기국회 기간엔 전당대회를 못 한다고 봤을 때 한 달 반 준비 기간을 감안하면 8월 말에 해야 하는데 너무 촉박하다. 쇄신안을 만들기에도 빠듯하다. 자칫 졸속안이 나올 수 있다. 오히려 내년 1월께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 지방선거를 앞두고 심기일전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낫다.”

-부드러운 이미지 때문에 전임자에 비해 약체라는 우려도 있다.
“나는 노자 철학을 좋아한다. 유한 게 강한 걸 이긴다. 유한 사람은 강할 수 있지만 강한 사람은 유할 수 없다. 복싱으로 치면 나는 알리 같은 아웃복서를 선호한다. 또 태권도보다는 몸을 슬슬 흔들다가 순간적으로 강하게 타격하는 태껸을 좋아한다. 태껸의 정치를 하겠다.”

-황우여 의원과 단일화 가능성은.
“희망이 있다고 본다. 결선투표에 가면 3등한 사람이 밀어 주기로 구두로 합의한 상태다.”

-대야 관계에 대한 복안은.
“이젠 대한민국 정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투쟁·속도전·폭력, 이런 건 더 이상 없는 정치를 해야 한다. 내가 그 일을 맡겠다.”

계파 대립 불식 계기 만들 것

15일 오후 황우여(62·인천 연수·사진) 의원을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한 달 반 동안 동료 의원들과 식사하며 표를 다졌다”고 했다.

-출마 선언을 18일로 미룬 이유는.
“(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인) 최경환 의원에게 준비할 시간을 주기 위해서다. 경선 포기는 없다.”

-원내대표 경선 연기론이 나온다.
“당헌·당규를 무시하고 경선을 연기할 이유가 없다. 민주당에서 새 원내대표가 뽑혔는데 한나라당도 새 원내대표로 6월 국회를 준비해야 하지 않겠는가. 뭐가 잘못됐기에 원내대표도 못 뽑는가 하고 국민에게 불안감을 줄 수 있다.”

-김무성 추대론의 후유증 때문 아니겠나.
“김무성 의원을 추대하자는 근거는 당의 화합이었다. 그러나 물리적 화합에 그친 발상이었다. 계파는 그대로 남겨 두고 자리만 바꾸는 셈 아닌가. 원칙과 약속을 제대로 지켜서 어느 계파든 서로 신뢰할 수 있도록 화학적 화합이 이뤄져야 한다.”

-중립 성향인 황 의원이 화학적 화합을 이뤄낼 수 있다는 건가.
“단지 ‘어느 계파에도 속하지 않는 팀’이란 뜻이 아니다. ‘모든 계파로부터 지지를 받는 팀’이라는 적극적 의미다. 최경환 의원도 친박 성향이지만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참여하고 당 수석정조위원장을 맡는 등 주류 쪽 일을 해온 사람 아닌가. 이번 경선을 계파 대립이 불식되는 계기로 삼고 싶다.”

-어떤 계파의 지원도 못 받는 ‘힘없는 원내대표’가 될 위험도 있다.
“그렇지 않다. 친이-친박 계파가 원래 있던 게 아니다. 경선 때 생긴 건데 대선 후에도 잘 마무리가 안 된 거다. 경선에 승복하고 다 같이 힘을 합쳐 대선을 치른 화학적 화합의 순간이 있었다. 그 후에 뭔가 잘못된 거다. 나는 대선후보 경선 때 당 사무총장이었다. 친이-친박 양측의 생각과 일하는 방법, 인적 구성을 다 잘 안다.”

-화학적 화합이 깨진 게 어느 쪽 책임인가.
“(한참 망설이다가) 양쪽 다 책임이 있다. 하지만 힘있고 자리에 있는 사람에게 1차적 책임이 넘어가는 게 순리다. 모든 책임은 주류에게 실릴 것이다.”

-당내 분열을 4·29 재·보선 참패의 가장 큰 원인으로 보나.
“그건 아니다. 정당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 때문이다. 여야 모두 본거지에서 참패하지 않았나. 지난 연말 국회에서 벌어진 싸움을 보면서 국민이 등을 돌린 것이다.”

-당장 6월 미디어법 등을 두고 여야 대립이 예상되는데 싸움을 피할 수 있겠나.
“왜 미리 싸울 것으로 단정하나. 미디어법은 세계 미디어 환경에 대응하자는 법 아닌가. 국회는 국민을 위해 수라상을 차리는 곳이다. 민주당이 차린 반찬인지, 한나라당이 차린 반찬인지가 중요한가. 함께 차리면 된다.”

-쇄신특위에 어느 정도 권한을 줘야 한다고 보나.
“자유롭게 안을 만들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당의 의사결정 과정을 뛰어넘는 초법적 기구여서는 안 된다. 쇄신특위가 안을 내놓을 때마다 받아들이면 초법적 기구가 된다.”

-조기 전당대회론에 대한 입장은.
“내가 사무총장을 해보니 전당대회 준비에 두 달은 걸린다. 6월 국회를 제쳐두고 8월에 전당대회를 할 건가, 내년 4월 국회와 지방선거를 앞두고 내년 1, 2월에 할 건가. 둘 다 현실성이 낮은 얘기다.”

구희령 기자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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