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수염 걸린 여당 근본 치료할 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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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호 10면

정의화(61·부산 중-동·사진) 의원은 20년간 영호남 화합을 위해 노력했다. 6년째 지역화합특위 위원장도 맡고 있다. 여야 모두 ‘화합 전도사’로서 그의 진정성을 높이 평가한다. 그는 “동서 화합의 경험을 살려 친이-친박으로 양분돼 있는 한나라당의 화합도 이뤄 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나라당, 뭐가 문젠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1년 반이 다 돼 가는데 더 이상 갈등만 해서는 안 된다. 이제 치유의 시기로 들어가야 한다. 재·보선 참패는 국민의 엄중한 경고다. 이를 무시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내가 의사 출신인데 지금 한나라당은 골수염에 걸린 환자 신세다. 안에서는 곪는데 밖에선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항생제나 대충 투약하는 걸로는 어림도 없다. 근본 치료에 나서지 않으면 머지않아 다리를 잘라 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어떻게 변화해야 하나.
“쇄신특위가 구성된 만큼 의연하고 차분하게 각계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원내대표 경선 연기론이 나오는데, 이는 차분한 대응 기조에서 한참 벗어난 얘기다. 경고는 경고로 받아들여야지 아주 위급한 상황인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것도 옳지 않다.”

-여당이 청와대와 정부에 끌려만 다닌다는 지적이 많다.
“그 부분은 확실히 하겠다. 공천도 정당이 심사위를 통해 합리적으로 후보를 내고 당 대표가 사인해야지, 청와대 지시에 의한 공천은 있을 수 없다. 내가 원내대표로 있는 한 묵과하지 않을 것이다. 장관들의 국회 비하 발언도 내가 상임위원장이었다면 옷을 벗었어야 했을 거다. 어떻게 장관 입으로 그런 말을 할 수 있나. 질서는 바로잡아야 한다.”

-왜 이 지경까지 왔나.
“소통의 문제다. 고위 당정협의도 곧잘 하지만 밥 한 번 먹는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과연 내실 있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빌 클린턴 행정부 때 넥타이 풀고 허심탄회하게 국정을 논하는 모습이 국민에게 큰 신뢰감을 주지 않았느냐.”

-친박계 포용이 화두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다. 우선 권력을 쥐고 있는 친이 쪽에서 마음을 열어야 한다. 친박도 내년 지방선거까진 가만히 있겠다고만 해서는 안 된다. 이는 10월 재·보선과 내년 6월 지방선거 때도 당이 지는 걸 그냥 지켜보고만 있겠다는 얘기다. 내가 앞장서 밤을 새워서라도 난상토론을 할 것이다. 이명박의 성공이 박근혜의 성공이고 한나라당의 성공이며 대한민국의 성공이다.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일 수 없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한나라당의 미래는 없다.”

-김무성 추대론이 나왔었는데.
“정치공학적 봉합에 불과했다. 추대해 친이-친박 화해가 이뤄진다면야 뭘 못하겠나. 하지만 오히려 더 큰 분란의 소지만 잉태했을 것이다.”

-조기 전당대회에 대한 입장은.
“아이디어 차원에서 있을 수 있는 얘기다. 하지만 정기국회 기간엔 전당대회를 못 한다고 봤을 때 한 달 반 준비 기간을 감안하면 8월 말에 해야 하는데 너무 촉박하다. 쇄신안을 만들기에도 빠듯하다. 자칫 졸속안이 나올 수 있다. 오히려 내년 1월께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 지방선거를 앞두고 심기일전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낫다.”

-부드러운 이미지 때문에 전임자에 비해 약체라는 우려도 있다.
“나는 노자 철학을 좋아한다. 유한 게 강한 걸 이긴다. 유한 사람은 강할 수 있지만 강한 사람은 유할 수 없다. 복싱으로 치면 나는 알리 같은 아웃복서를 선호한다. 또 태권도보다는 몸을 슬슬 흔들다가 순간적으로 강하게 타격하는 태껸을 좋아한다. 태껸의 정치를 하겠다.”

-황우여 의원과 단일화 가능성은.
“희망이 있다고 본다. 결선투표에 가면 3등한 사람이 밀어 주기로 구두로 합의한 상태다.”

-대야 관계에 대한 복안은.
“이젠 대한민국 정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투쟁·속도전·폭력, 이런 건 더 이상 없는 정치를 해야 한다. 내가 그 일을 맡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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