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진 부부' 5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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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대학 동문회에 참석했던 주부 김모(35.서울 개포동)씨는 친구들의 각각 다른 가족형태를 보고 새삼 세태가 달라졌음을 확실히 느꼈다. 이날 모인 15명의 동창 가운데 두 명은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1인 가족이었다. 다른 한 명은 이혼해 남편 없이 자녀를 키우는 한 부모 가구였고, 두 사람은 결혼하고도 아이를 낳을 계획이 없는 부부 가족이었다. 또 한 명은 재혼 후 현재 남편의 전처 소생 아이를 키우는 가족이었다. 모임에 참석한 친구 중 40%가 부모가 직접 낳은 자녀와 함께 사는 일반적 형태의 핵(核)가족이 아닌 셈이다. 김씨는 "친구들이 자기 소개를 하면서 스스럼없이 이.재혼 여부를 밝히고 듣는 친구들도 별로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다.

여성부의 가족형태 관련 최근 조사 자료(2003년 말 전국 3500가구 대상)에 따르면 핵가족은 전체의 절반 정도(52.4%)밖에 되지 않았다. 나머지는 1인 가족(15.5%), 부부 가족(15%), 3세대 가족(5.9%), 한 부모 가족(5.2%) 등이었다.

'1인 가족'의 경우 독신 여성이 전체의 23.8%를 차지했다.

한국여성개발원 장혜경 박사는 이와 관련, "여성 1인 가족이 증가하는 속도는 총 가구 증가율의 3배나 될 만큼 급속히 늘고 있다"며 "이는 여성의 경제활동 증가가 중요한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한국여성민우회 유경희 공동 대표는 "점점 늘고 있는 다양한 가족형태를 감안할 때 이제 핵가족만을 정상 가족으로 보고 그렇지 않은 가족을 결손 가정 또는 문제 가정으로 볼 수 없다"며 "다양한 가족을 그 자체로서 인정하고 포용할 수 있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앙건강가정지원센터(www.HHFC.or.kr, 02-3147-2192)는 15일을 제1회 '가정의 날'로 정하고 다양한 가족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없애자는 취지의 '다양한 가족형태 수기 공모전'을 실시해 10일 시상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또 전국의 입양 부모 및 입양 관련 종사자 500여 명은 3일 오후 1시 경기도 평택시 동방복지타운에서 영아원 아이들의 1일 가족 되기 행사를 통해 입양 가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유도하는 행사를 연다.

재단법인 서울여성재단(www.seoulwomen.or.kr, 02-810-5045)은 2~27일 서울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유쾌한 치맛바람-가족풍(風)'행사를 한다. 이 행사에는 가족의 다양성을 상징하는 각종 설치작품이 전시되며, 만화 작가들이 그려내는 별별 가족의 모습도 선보인다.

문경란 여성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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