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에 오는 맨유, 인기도 횡포도 못말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2007년 7월 이후 2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일반 팬들은 환호하고 있지만 정작 맨유 팬들의 민심은 냉랭하다.

7월 24일(오후 8시·서울월드컵경기장) 맨유와 FC 서울이 벌이는 ‘맨유 코리아투어 2009’ 입장권이 발매 10시간 만에 매진되는 등 축구팬들의 열기는 2년 전만큼 뜨겁다. 티켓 예매 사이트인 인터파크가 14일 오전 10시 예매를 시작함과 동시에 접속자가 폭주했고, 발매 한 시간 만에 2만 장이 예매된 데 이어 오후 8시쯤 일반 판매분 4만 장이 매진됐다. 국내에서 맨유의 인기가 워낙 높은 데다 2년 전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한 박지성(28)이 이번에는 출전한다는 게 호재로 작용했다.

하지만 5만 명의 회원을 보유한 맨유 팬카페 ‘맨유당사’는 K-리그 일정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경기 일정을 잡은 맨유 구단에 반발하고 있다. 맨유당사의 최고운영자 김광우(27·대학원생)씨는 15일 전화 인터뷰에서 “우리는 맨유 구단의 이번 처사를 타 구단과 타 협회에 최소한의 존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며 “맨유 측에서 K-리그 측에 공식적인 유감의 뜻을 밝히지 않는다면 경기장 응원은 물론 어떤 공식 행동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씨는 “며칠 내로 우리의 구체적인 방침을 팬카페에 공지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1월 마카오에서 일방적으로 방한 경기 일정을 발표한 맨유 구단은 서울 구단과 협의한 끝에 7월 24일 경기를 하기로 했다. 그 바람에 7월 26일로 잡혀 있던 K-리그 서울-광주전은 이달 30일로 앞당겨졌다. 하지만 로빈 제임스 맨유 아시아 마케팅 매니저와 한국 경기 프로모터인 마스트엔터테인먼트 김용관 대표는 지난달 29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도 K-리그와 타 구단들에 사과하지 않았다. 그러자 FC 서울의 서포터스 ‘수호신’은 2일 성남과의 홈 경기부터 ‘K리그 없고 MU만 있다. 서울은 없고 GS만 있다’ ‘K리그 무시하는 구단·연맹 각성하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일체의 응원을 하지 않았다. 수호신은 5월 한 달간 ‘응원 보이콧’을 하기로 했다.

2년 전과 달리 지나치게 돈을 밝히는 맨유 구단의 처사도 도마에 올랐다. A보드 광고권 등 돈 되는 권리를 맨유가 독차지했다. 2년 전 7만원이던 1등급 입장권 가격이 10만원으로 오르는 등 등급별 티켓 값이 모두 3만원씩 올랐다. 2007년엔 대회 스폰서와 축구 동호회에 무료로 나눠준 공개훈련 관전 티켓도 이번에는 1만5000원(경기 티켓을 사면 1만원)을 받아 축구팬들의 부담이 크게 늘었다.

최원창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