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림 '나의 아름다운 창'…20세기 걸작 사진 작품 배경등 소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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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사진만큼 일상에서 친숙한 예술 분야도 없다.

하지만 사진에 담긴 사상과 의미까지 이해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그런 사진을 쉽게 읽는 방법은 없을까. 시인 신현림씨가 20세기 걸작 사진 1백20여 컷을 엄선해 특유의 감각적인 필치로 엮은 수필집 '나의 아름다운 창' 에는 사진에 얽힌 이야기가 풍성하다 (창작과비평사刊) .로버트 프랭크.로버트 카파.마이너 화이트 등 유명 사진가에 얽힌 일화며 작품이 탄생하게 된 배경, 작가의 의도 등을 시적인 글에 담았다.

그저 사진에 대한 설명만 늘어 놓은 것이 아니라 영화와 음악, 문학작품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비유를 구사하고 있어 사진이 더욱 가깝게 다가온다.

작가의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화장실 창문 틈으로 늙은 창녀의 옷 벗는 모습을 찍은 메리 앨펀의 '더러운 창들' , 헝가리의 사진작가 브라싸이가 파리의 밤거리를 배경으로 찍은 '사창가' 등의 작품에서는 고달픈 인생의 애환이 진하게 느껴진다. 인간사의 기쁨과 슬픔, 어린 시절 추억, 따스한 웃음 등 사진마다 나름대로의 의미를 담고 있다.

신씨는 알프레드 스티글리쯔,에드워드 웨스턴,에르빈 블루멘펠트의 아름다운 누드작품을 '가식을 벗어 버리라' 고 외쳤던 영화 '도어스' 에 비교한다.

순간 포착으로 유명한 앙리 까르띠에 브레쏭이 침대 위에 누운 남녀를 찍은 '멕시코' 라는 작품에서는 남북한이 부부처럼 따뜻한 사이가 되라고 기원한 고은의 시 '사랑' 이 인용된다.

카페 벽면의 포스터나 엽서에서 흔히 보던, 사랑하는 연인들이 입맞춤하는 로베르 드와노의 '키스' 는 이브 몽땅의 샹송 '고엽' 과 연결된다.

작가는 순수문학과 대중문화에 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96년 11월부터 본지 문화섹션 'J스타일' 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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