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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익는 마을]20.진도 홍주…가무 장단에 술맛이절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서산에 지는 해는 지고 싶어 지느냐 날두고 가신 임은 가고 싶어 가느냐/아리 아리랑 스리 스리랑/아라리가 났네, 아 - 리랑/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옛부터 술이 있는 곳에는 가무 (歌舞)가 붙어 다니기 마련이다.

세마치 장단에 맞춰 끊어질듯 이어지는 진도 아리랑 한가락이 곁들여진다면 술맛이 절로 나게 마련이다.

'진도에 가면 3가지 자랑을 하지 말라' 는 이야기가 있다.

첫째는 글씨, 둘째가 그림, 셋째는 노래다.

여기에 한가지를 덧붙인다면 진도 홍주 (紅酒) 를 꼽을 수 있다.

호남지방은 기름진 평야에서 생산되는 오곡과 갯벌.바다에서 잡아올린 해산물이 풍부해 맛의 고향으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남도요리는 가지수 많기로 유명하며 전국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을 정도로 식도락가의 인기를 끌고 있다.

여기에 이강주 (전주).아랑주 (법성포).녹산주 (해남).이의인주 (광주).추성주 (담양) 등 전통술도 다양해 애주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진도 홍주는 여느 소주와 마찬가지로 밑술을 증류해 만든다.

여기에 지초 (지치과의 다년초. 뿌리는 이뇨제.청혈제 (淸血劑).습진.부스럼등에 한방약제로 사용됨) 를 넣는 것이 다르다.

홍주기능보유자인 허화자 (진도군진도읍쌍전리.70) 할머니는 “지초에서 우러나오는 감홍색의 빛깔과 형용할 수 없는 향기가 질 (제일) 이구만요.” 라고 홍주에 대한 자랑이 대단하다.

지초는 국내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다년생 풀. 그중 진도에서 나오는 것을 제일로 친다.

그러나 지초값도 크게 올라 술을 만드는데 어려움이 많다.

그러다 보니 적색색소를 사용한 홍주도 등장하고 있다. 진도 홍주는 고려말엽 '삼별초난' 을 평정하러 진도에 들어온 몽고군이 빚어 마셨다는 설이 있다.

그러나 조선조 세조때 경상도 절도사 허종의 5대손 허대가 지금의 진도군 고군면으로 낙향해 선대로 부터 물려받은 소주고리로 가양주인 홍주를 빚어왔다는 설이 유력하다.

“친정 할아버지를 거쳐 숙모께서 내게 가르쳐 주신 것이여. 당시만 해도 먹고 살것이 없응께 집에서 밀주로 담궈 호구지책으로 삼았던 것이구만요. 하루 왼종일 부뚜막에 쪼그리고 앉아 장작불을 때봐, 힘이 안들것는가.”

허할머니는 홍주를 배우게 된 내력을 말한다. 지금도 허씨는 새벽 4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고조리를 씻고 불을 때서 오후 3시까지 작업을 한다.

이렇게 12시간 정도 일을 하고 하루에 받아내는 홍주의 양은 3되~3되반 밖에 안된다.

대복영농조합 (진도군 의신면 금갑리.0632 - 544 - 1300)에서는 홍주를 대량으로 생산하고 있다.

출고가격은 3천4백~7천6백원. 택배운송비는 본인 부담.

진도 = 김세준 기자

〈진도 홍주는…〉

▶도수 = 40도

▶제조방법 = 약주용 누룩과 달리 증류가 잘 되도록 거칠게 만든다. 20~25℃에서 약 12일간 발효시킨다.

덧술을 솥에 넣고 고조리를 통해 술을 받는다.

이때 받아내리는 소주는 잘게 자른 지초를 거치면서 감홍색의 홍주로 변한다.

▶홍주식별법 = 색소를 넣은 술은 알콜냄새가 심하며 숙성되니 않은 막걸리로 내린 술은 탄 냄새가 심하다. 달걀 흰자에 홍주를 부어 서너번 흔든 뒤 20분정도 지나면 지초를 사용한 홍주는 남색으로 변하나 색소를 혼합한 것은 붉은 색이 남는다.

▶지초 = 이뇨작용.복부팽만 제거.살균.태독.청혈 (淸血) 등의 효과가 있음.

▶문의 = 처음부터 끝까지 수작업으로 제조하기 때문에 미리 주문을 해야 한다.

허화자씨댁 (0632 - 43 - 0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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