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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난새, 베토벤 전곡 완주한다…수원시립교향악단 연주 예술의전당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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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베토벤이 남긴 교향곡은 모두 9개. 이들 작품은 지휘자나 교향악단 단원들에게는 모두가 곱씹어 음미해야 할 교향곡의 '성서 (聖書)' 이자 '알파와 오메가' 다.

지휘자 금난새씨가 이끄는 수원시향과 예술의전당이 공동기획한 '베토벤 페스티벌' 이 오는 3월18일 예술의전당 무대에서 힘찬 팡파르를 울린다.

IMF시대에 걸맞게 대기업 위주의 후원에서 탈피해 매 회마다 중소기업의 후원을 얻어 눈길을 끈다.

또 초연 당시의 소규모 편성으로 4백석 규모의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연주되며 30대의 신예 연주자들이 대거 협연자로 기용된다는 점이 특징. 대형무대로 옮겨지면서 과장된 몸짓 등으로 '변질' 된 베토벤 원래의 모습을 되찾겠다는 것이다.

3월부터 교향곡과 협주곡 각 1곡으로 프로그램을 꾸미고 합창을 동반하는 제9번 교향곡은 콘서트홀로 무대를 옮겨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합창환상곡' 과 함께 연주할 계획. 베토벤이 첫 교향곡을 발표한 것은 1800년. 그 후 2백년 가까운 세월이 지난 지금도 베토벤 교향곡은 슈베르트.브람스.말러.브루크너 등으로 이어지는 교향곡의 전범 (典範) 으로 부동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베토벤 생전에는 교향곡 전 악장이 연주되는 경우는 드물었다.

가장 인기있었던 것은 출판업자로부터 번호조차 부여받지 못한 '전쟁교향곡' . '빗토리아의 전투' '웰링턴의 승리' 로도 불리는 이 곡은 요즘엔 거의 연주되지 않는다.

특히 출판업자가 붙인 '운명' 이라는 별명으로 더욱 널리 알려진 제5번 교향곡은 2차대전 때는 연합국의 연대감을 상징하는 작품이었다.

'따따따 딴 - ' 으로 시작되는 주제는 모르스 부호로 'V' 와 같은 리듬이어서 2차대전 때는 연합군 사이에 승리 (victory) 를 상징하는 암호로 사용되기도 했다.

지난해 이스라엘필을 이끌고 내한했던 지휘자 주빈 메타는 베토벤 교향곡 전곡 시리즈를 시작하는 소감을 묻자 "베토벤 교향곡은 신입단원들이 앙상블 감각을 익히고 다듬는 데는 최고의 교재" 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래서 세계 유수의 교향악단들은 적어도 2~3년에 한번씩 베토벤 교향곡 전곡에 도전한다.

금난새씨는 "고난을 딛고 환희에 도달한다는 베토벤의 인간승리는 잔뜩 움츠러든 요즘 용기를 불어넣을 것" 이라며 "친숙한 분위기에서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하겠다" 고 말했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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