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시아위기 G7 대책요구에 "여력없다" 엄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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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마쓰나가 히카루 (松永光) 일본 대장상은 지난주부터 고열 (高熱) 독감을 앓고 있다.

그러나 독감도 지난 21일 열린 선진7개국 (G7) 재무장관 회담의 '일본 때리기' 만큼 고통스럽지는 않았을 것이다.

6개국 재무장관들은 한 목소리로 일본에 대해 "아시아 경제위기의 방파제 역할을 하라" "일본의 추가경기대책이 절대 필요하다" 고 몰아세웠다.

특히 대 (對) 아시아 융자잔고가 일본 (31.8%)에 버금가는 유럽 (30.1%) 재무장관들이 거칠게 공격했다.

코너에 몰린 일본은 "우리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고 하소연했다.

그러나 G7재무장관 회담 직후 마쓰나가 대장상은 "추가경기대책에 대해 약속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고 잡아 뗐다.

그는 공동성명에 일본의 재정자극책을 요구하는 문항이 들어간데 대해서도 "그것은 그것대로 받아들이겠다" 고 시치미를 뗐다.

미국과 유럽은 아시아 통화위기에 따라 값싼 수입품이 범람할 것을 우려하고 있지만, 일본은 오는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일단 버티기에 들어간 형국이다.

일본 자신도 금융불안과 기업도산으로 지원여력이 없다는 엄살이다.

일본은 현재 개회중인 정기국회만 무사히 넘기고나면 아시아 경제위기에 대해 어떤 구두약속을 해도 6개월 정도의 시간을 벌수 있다는 계산이다.

도쿄 = 이철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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