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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함량미달의 행정개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정부조직개편심의위가 18일 발표한 일반공무원 정원감축과 기능조정안은 한마디로 크게 미흡하다.

우선 지금 민간부문에서 벌이고 있는 각종 구조조정에 비해 그 감축규모가 형편없이 작고, 실천방안이 안이하다.

교원.경찰을 뺀 중앙공무원 (16만명) 의 10.9%인 1만7천여명을 3년에 걸쳐 자연감소.정년단축.정년연장허용불허 등의 방법으로 줄이겠다는 것은 민간의 기준에서 보면 시늉에 불과하다.

이래가지고는 공공부문이 솔선해서 고통을 분담하는 개혁을 했다고 할 수 없을뿐 아니라 곧 불어닥칠 실업태풍에 대한 국민의 불만을 다독거리기 어려울 것이다.

정부가 먼저 시대에 맞지 않거나 경쟁력이 없는 기능은 폐지 또는 민간에 이양하는 것이 정부 기능의 경쟁력을 높이고 민간에 활력을 자극하는 요체이기 때문이다.

이번 개편작업 과정을 보면 국제통화기금 (IMF) 사태를 초래한데 큰 책임이 있는 정부 및 정치권의 사고와 행태가 얼마나 퇴영적인지 잘 알 수 있다.

관료는 살아남기에 총력로비를 펼쳤고 정치인들은 지역사업 등 사익 (私益) 고수에 더 눈을 밝혔다.

국회심의과정에서 1급기관으로 잡혀있던 각종 청 (廳) 이 차관급으로 격상된 것이나 예산기능을 다루는 기관이 기형의 몰골을 드러낸 것이 단적인 예다.

'작은 정부' 라는 시대적 당위성 추구, 비효율을 제거하려는 과학적 업무감축 노력, IMF위기에 대처하는데 꼭 필요한 공개적 인사채용방식, 경쟁체제의 도입 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정부개혁은 설득력도 없을뿐 아니라 두고두고 여론의 질타를 받을 것이다.

때문에 정부의 공무원 감축안은 대폭 수정 보완돼야 하며 이번에 대상이 된 16만 중앙공무원 외에 앞으로 있을 33만 지방공무원, 39만 산하단체 임직원의 개편엔 같은 잘못이 되풀이돼선 안될 것이다.

공무원들의 조직적 저항이 있기 전인 새 대통령취임 전후 시기에 개혁이 성공하지 못하면 국가적 낭비는 적어도 5년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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