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ve Earth Save Us] 속초 해경 ‘지구를 위한 서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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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지난달 5일 북한이 로켓을 발사했을 때 동해에 비상이 걸렸다. 강원도 속초해양경찰서 소속 경비정들이 긴급 출동했다. 500, 100, 50t급 경비정이 두 대씩 여섯 대가 동해 어로한계선을 돌며 만약의 상황에 대비했다. 일주일 동안 밤낮없이 여섯 대가 출동했다. 보통 때는 세 대가 나간다. 어로한계선은 북방한계선(NLL) 7.4㎞ 아래에 있다.

강원도 속초해경이 ‘지구를 위한 서약’에 참여했다. 속초해경 소속 경찰관과 전투경찰들이 500t급 경비함정 505함에서 온실가스 줄이기 실천을 다짐하고 있다.

지난달 경비정들이 사용한 디젤연료는 13만1403L. 지난해 4월보다 4만9017L 적었다. 출동은 25% 늘었는데도 연료 소비량은 27.1% 줄었다. 비결은 경제속도 지키기다. 100~500t급 함정의 경제속도는 15노트(시속 28㎞)다.

경비함들은 한 번 출동하면 5박6일 동안 동해 바다를 누비고 다닌다. 500t급인 505함의 김용주(경위) 부장은 “경제속도로 운항하면 항구로 돌아오는 데 1~2시간 더 걸리는데, 바다에서 며칠씩 보낸 경찰관들에겐 결코 적은 시간이 아니다”고 말했다. 김 부장은 “평소에는 경제속도로 운항하지만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전속력으로 달린다”고 말했다. 경제속도를 준수하면 연료 소비량이 30%가량 준다. 속초 해경은 3월부터 경제속도 지키기를 실천해 왔다.

속초해경 소속 경찰관과 전투경찰 450여 명이 12일 ‘지구를 위한 서약’ 캠페인에 동참했다. 바다를 지키는 해양경찰이 지구를 지키는 데 기여하기로 다짐했다. 경제속도 지키기는 속초해경의 ‘그린 시(Green Sea)’ 프로젝트의 하나다. 연료 소비를 줄이기 위해 함정에 싣고 다니는 짐을 대폭 줄였다. 출동에 꼭 필요한 보급품을 제외하고 당장 필요 없는 물건은 육상 창고로 옮겼다. 그 전에는 페인트·엔진오일·이불·옷뿐만 아니라 전경의 개인 생필품 등을 싣고 다녔다. 505함의 적재물 530㎏ 중 380㎏이 이런 것들이었다.

순찰선이 출동하는 항구를 강원도 고성군 거진항에서 12.8㎞ 북쪽의 대진항으로 전진 배치한 것도 온실가스 줄이기에 보탬이 됐다. 동해 최북단 저도 어장에서 조업하는 어선을 보호하기 위해 순찰선이 출동한다. 거진항에서 출발할 때보다 연료를 61.6% 절약한다. 속초해경 선재홍(경위) 창의성과팀장은 “지난달 경비함정의 전기·수도·가스 등의 소비량이 지난해 4월에 비해 4.75% 줄었다”고 말했다.

속초해경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점심시간 컴퓨터 모니터 끄기, 불필요한 문서 만들지 않기 등을 실천하기로 했다. 직원 가족 10개 팀을 감시단으로 위촉해 매달 에너지 사용량을 집계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환산하는 일을 맡길 예정이다.

또 함정 엔진 노즐의 압력을 조절하고 낡은 부품을 교체해 연비를 높이며 정비 횟수를 늘려 매연 배출량을 줄이기로 했다. 생활폐기물 재활용품 판매 수익금을 ‘녹색바다 통장’에 모은 뒤 불우이웃 돕기에 사용할 예정이다. 다음 달에는 거진항의 임시 숙소와 전경 복지관에 3KW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기로 했다.

 글·사진=강찬수 기자

◆지구를 위한 서약에 참여하려면=‘지구를 위한 서약’에는 단체나 개인 구분 없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그동안의 노력, 앞으로 실천 계획 등을 담아 메일(envirepo@joongang.co.kr>)로 보내면 된다.

◆참여한 곳=포스코, 서울 수유2동 현대아파트, 안산시, 순천시, 한양대, 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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