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크와 록의 접속 한동준·권혁진이 만든 듀오 '엉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6면

아저씨, 그러니까 장가 가지않은 총각 삼촌에 대한 기억은 편하고 정겹다.

아버지처럼 엄하지 않고 어머니처럼 자잘한 것까지 간섭하는 일도 없다.

대신 매사 따뜻이 대해주고 때로 어린 조카를 괴롭히는 이웃 아이들을 혼내주기도 하는,가족 속의 친구같은 존재다.

'엉클' 은 그런 친근한 삼촌의 이미지를 음악으로 재현하는 듀오다.

총각 삼촌을 둔 10대는 물론이고, 나이를 먹어 이제는 삼촌을 잃어버린 성인들에게 무척이나 정겨운 음악을 들려준다.

포크동네에서 서정적이고 달콤한 노래 잘 뽑기로 소문난 가수 한동준과 관록의 기타리스트 권혁진이 손잡고 만들었다.

권혁진은 조동익밴드에서 활약하며 조동진.장필순.안치환 등의 기타반주를 해온 사람. 93년 '이대로 영원히' 란 타이틀의 독집을 낸 숨은 가수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포크와 모던록을 결합한 포크록으로 성인팬과 음악다운 음악을 듣고싶어하는 젊은이들의 귓가를 노크한다.

부드러우면서 야무진 목소리가 장기인 한동준이 멜로디의 중심을 잡고, 권혁진이 담백하고 폭넓은 음색으로 그위를 감싸, 두텁고 탄탄한 노래를 들려준다.

두 30대 포크가수는 서정적이지만 늘어지지 않고, 따뜻하면서도 힘있는 음악을 들려준다.

이런 긴장미는 두사람이 성인 뮤지션답게 스스로의 콤플렉스를 의식하며 주의깊게 음반을 만든 탓으로 보인다.

즉 한동준은 '사랑의 서약' 같은 팝발라드에서 포크라는 뿌리로 돌아가는 의도적인 고행을 택했고, 권혁진은 자신이 좋아하는 70년대 고고장 분위기의 음악을 말끔한 모던록 스타일로 표현함으로써 복고에 대한 철학을 드러낸다.

둘의 '어른스런' 자세는 말 그대로 '듀오' 답게 음반 곳곳에서 목소리를 합치는 노력에서 잘 드러난다.

'프로젝트듀오' 라고 뭉쳐놓고 막상 음반에서는 따로따로 노래부르는 후배들의 막연한 대결의식이 싫다는 이유에서다.

타이틀곡 '그대와 함께라면' 은 '너를 사랑해' '사랑했지만' 등에서 보여준 한동준의 작곡실력이 잘 드러나는 부드럽고 달콤한 발라드. 그러나 나머지 곡들은 모던록과 블루스등 실험적 장르들이 다양하게 섞여 대중과 매니어에 고루 어필할 만하다.

가사 역시 따스하며 진실에 주린 성인들을 위로하는 내용들. 그동안 말은 많이 나왔지만 정작 제대로 된 작품은 찾기 힘들었던 성인음악의 한 좋은 선례가 될 듯하다.

강찬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