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공략 역발상이 성공의 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화려한 컴백.’

11일 포브스지 아시아판(영문)에 실린 셀트리온 서정진(52) 회장의 성공 이야기 기사 제목이다. 대우자동차의 퇴직 임원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생명공학기업 셀트리온을 창업해 한국의 48위 부자로 성공하기까지의 과정이 3개 면에 걸쳐 자세히 소개됐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세계시장을 염두에 둔 역발상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생명공학기업을 일궈냈다. [셀트리온 제공]


셀트리온은 서 회장이 2002년 인천 송도에서 창업한 단백질 의약품 전문 제약업체다. 1999년 서 회장이 대우자동차 전략실 임원으로 일하던 중 외환위기가 불어 닥치면서 그 여파로 대우차도 파산했다. 서 회장은 실직한 상태로 ‘실패한 자동차 회사의 임원’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그는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회사 수뇌부의 일원으로서, 경제위기를 예측하지 못한 것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런 책임감에 그는 임원으로서 받을 수 있는 퇴직금을 포기했다. 장모가 전화해 ‘이제 무엇으로 먹고살려느냐’는 잔소리가 듣기 싫어 ‘직접 뭔가 해보자’고 결심했다.

일가친척과 소액주주, 대기업 등으로부터 모은 돈 3000여억원을 투자해 5만L 규모의 최첨단 동물세포 배양시설을 짓고 2007년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그해 635억원의 첫 매출과 함께 14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 매출은 미국의 거대 제약사인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의 ‘아바타셉트(상품명 오렌시아)’를 위탁생산한 덕에 생긴 것이다. 서 회장이 미국 백스젠으로부터 세포배양 기술을 들여와 지은 대규모 시설과 기술에 BMS가 반했기 때문이다.

10년 장기계약으로 확실한 구매처가 있는 만큼 올해 매출 또한 일찌감치 1400억원으로 발표했다. 지난해(820억원)에 비해 70% 이상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 예상치도 매출의 40% 수준인 580억원에 달한다.

셀트리온은 주식시장에서 인기종목으로 꼽힌다. 포브스는 셀트리온의 주가가 최근 코스닥시장에서 주당 12달러를 기록, 시가총액이 13억 달러에 달한다고 전했다. 그 결과 서 회장의 재산은 최소 2억5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포브스코리아는 지난달 서 회장을 ‘한국의 100대 부자’ 가운데 48위에 올려놓았다.

포브스는 서 회장의 사업전략이 후발 기술을 활용해 혁신적인 부가가치를 성공적으로 창출했다는 점에서 한국을 이끌고 있는 철강·자동차·조선 등 글로벌 기업의 사업전략과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기존의 기업이 국내 시장을 기반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한 데 비해, 셀트리온은 처음부터 해외시장을 목표로 세계 기준에 부합하는 기업으로 세워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서 회장은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창업을 결심한 후 사업 분야의 선택조건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를 선도하는 산업이어야 하고, 진입장벽이 높아 경쟁자가 쉽게 진출할 수 없는 분야여야 한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실직자로 전락한 많은 사람이 2∼3년 내 신선하면서 혁신적인 일을 시작하길 바란다”며 “지금의 경제위기는 변화를 위한 중요한 밑거름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재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