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주류도 비주류도 아니다” … 계파 틈새 노린 박지원 출사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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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의원(67·목포)이 10일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의 가세로 민주당 경선의 셈법은 복잡해졌다.

박 의원의 최대 장점이자 단점은 현재 민주당 내 어떤 계파에도 몸 담은 적이 없다는 점이다. 확실한 지지층도 엷지만 분명한 반대 세력도 없어 그동안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복당 문제 등을 둘러싸고 계파 갈등 양상을 보여온 경선 구도에 지각변동이 가능하다는 게 박 의원 측 계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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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의원은 “더 이상 민주당 내부에서 반목과 갈등이 있어서는 안 된다” 고 말했다. 박 의원은 “처음엔 정 전 장관에게 불출마를 권유했지만 출마 의사를 굳힌 뒤엔 공천을 줘야한다고 정세균 대표를 설득했다”며 “지도부가 공천 배제 결정을 내린 뒤에는 신건 전 국정원장과의 깊은 인연을 뒤로 하고 민주당 후보의 당선을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정 전 장관 측과의 갈등 지속을 부담스러워하는 당 주류의 일부와 정 전 장관 무소속 출마 논란에 무개입 전략을 펴온 이강래 의원에게 앙금이 남은 정동영계 일부를 두루 섭렵할 수 있는 요인이다. 박 의원은 “정세균 대표를 비롯한 손학규·김근태·천정배, 언젠가 돌아올 정동영 등 많은 분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내 경험이 도움이 될 것”이라며 주인없는 계파 구도의 틈새를 파고들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분신’ 이미지와 50대인 다른 후보에 비해 많은 67세의 나이도 박 의원에겐 디딤돌이자 걸림돌이다. ‘분신’ 이미지는 DJ의 영향력이 살아 있는 호남 지역 의원들을 움직일 수 있고 많은 나이는 그동안 정 대표 체제에 소외감을 드러내 온 시니어그룹을 아우를 수 있는 배경이다. 하지만 동시에 “과거 회귀로 비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자극하기 쉬운 요인들이다. 박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잘할 것’이라고 격려해 줬다”면서도 “나를 포함해 친소 관계에 따라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 여부를 밝힌 언급은 아니다”고 의미를 제한했다.

먼저 뛰어든 주자들은 ‘박지원 변수’의 파장을 애써 외면했다. 김부겸 의원은 “경험 많은 원로로서 그동안 당 운영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많지 않았겠느냐”면서도 “부동표가 그리 많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강래 의원은 “재·보선 과정 등에서 보여줬던 노력 등을 평가받고 싶었을 것”이라며 “박 의원의 의정활동 공백이 길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이종걸 의원은 “고정표가 확실한 나보다는 다른 두 후보가 충격이 클 것”이라고 평가했다. 

임장혁·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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