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듯한 살림 구조조정]분양아파트 해약하기엔 아깝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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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수입은 형편없이 줄어들고 물가는 사정없이 뛰어 올라 각 가정마다 씀씀이와 관련된 많은 계획들을 수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집집마다 처한 다양한 현실과 고민을 모아 전문가들의 조언을 구하는 상담코너를 마련한다.

비슷한 처지의 다른 가정에 내려진 처방을 참고삼아 각자의 탈출구를 모색해보자. 상담희망자는 가계상황과 고민을 자세히 적어 서울중구순화동7번지 중앙일보생활과학부앞 (팩스 02 - 751 - 5627) 으로 보내면 된다.

중소건설업체에 10년째 근무하는 이모 (35) 과장은 회사경영사정이 악화되면서 지난해 11월부터 상여금 일체를 받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월 수입이 평균 2백20만원에서 1백50만원으로 30%이상 줄어든 상태. 회사측은 앞으로도 상여금 지급이 당분간 힘들 것으로 통보했고 이과장은 더 이상의 감봉이 없기만 바라는 형편이다.

하지만 2000년 11월 입주 예정으로 지난해 11월에 분양계약을 맺은 아파트 (24평형.9천2백만원) 중도금과 태어난 지 1개월밖에 안된 아기 생각을 하면 과연 어떻게 가계를 꾸려가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이과장 가정의 월 평균 지출내역을 보자. 산본 신도시의 24평형 5천5백만원 전세아파트에 살면서 아파트관리비를 비롯, 각종 공과금과 부모님 용돈 등 생활비, 그리고 보험금 등으로 지난해 11월까지 월 평균 지출액은 1백50여만원. 1월에 연금보험 (이하 월 부담 10만원) 1개와 비과세저축 (10만원).주택부금 (10만원) 은 해약했지만 아기 우유값과 예방접종비등 새로운 지출이 늘어 앞으로도 1백30만원 이상의 기본지출은 불가피한 상태. 여기에 새로 분양받은 아파트 계약금 때문에 농협에서 1천만원을 대출받아 올해 4월부터 6개월마다 연리 13.5%의 이자와 함께 2년 후엔 원금도 갚아야 한다.

또 아파트 중도금은 올해 3월부터 4개월마다 9백20만원씩 6회에 걸쳐 불입해야 한다.

그동안 저축해놓았던 돈은 아파트 계약금에 보태고 남아 있는 돈은 30만원 뿐이다.

이과장 자신은 중도금2차까지는 연체하고 (2번이상이면 자동해약) 3차부터 5차까지는 건설사에서 알선하는 은행에서 대출해서 불입한다는 계획. 6차 중도금은 현재의 아파트를 4천5백만원짜리 독립주택으로 이사하면서 차액으로 갚을 생각이다.

잔금은 전세 반환금과 국민주택기금 1천2백만원을 융자받을 수 있기 때문에 치룰 수 있을 것 같다고. 전문가들 역시 분양받은 아파트는 다소 무리를 하더라도 놓치지 말라고 조언한다.

분양가 자율화 (2월1일부터) 이전의 계약이므로 앞으로 위치에 따라 최소한 10~20%는 분양가가 오를 것이며, 지금부터 1년 정도 지나면 은행대출상황 등도 좋아질 전망이므로 아파트 청약기회마저 잃는 계약해지는 피하라는 것. 다만 이과장의 경우 여유자금이 너무 없어 중도금 연체.건설사 알선 대출금 이자로 주택가격 상승수익을 거의 다 잃게 된다는 걸 각오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분양대금의 60%정도 여유자금이 있다면 계약금 (20%) 과 중도금 (40%) 을 우선 내는 것이 좋다.

다음, 국민주택기금을 받지 않은 아파트를 분양받은 이들은 연리 16.5%의 주택은행 파워주택자금 대출을 고려해볼 만 하다.

또 생활비를 최소화해서 생기는 여유돈은 조금씩이라도 단기신탁과 적금을 이용할 것을 전문가들은 권한다.

이과장의 경우 아깝더라도 암보험 2개를 해지하고 현재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는 자동차는 팔아 자동차세와 보험료등 고정비용을 줄이면 최고 30만원정도의 생활비를 더 남길 수 있다.

이렇게 한달 수입에서 50만원정도를 남겨 우선 1년짜리 비과세정기적금을 들어 내년에 타고, 남아 있는 연금보험도 내년쯤 해약하면 3백만원정도의 목돈이 된다.

이것을 6개월짜리 정기예금이나 3개월짜리 정기신탁에 넣었다가 빼고 또 넣는 방식으로 중도금 상환에 적절히 이용하면 무리한 대출은 피할 수 있다.

김정수 기자

〈상담조언자 약력〉

◇ 문숙재 (文淑才.50) ▶현 이화여대 가정과학대학장 겸 소비자.인간발달학과 교수▶독일 기센대 농경제학 박사 (가정경영 전공) ▶재정경제원 소비자정책심의위원회 위원▶저서 : '가정생산' '생활시간연구' 등

◇ 문순민 (文焞民.36) ▶현 하나은행 PB (Private Banking) 팀장 (금융소득 종합과세 및 샐러리맨 재테크전략.가계금융컨설팅 전문) ▶연세대 대학원 재무관리전공▶저서 : '내몸에 맞는 재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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