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들 생활발명, 단번에 1억5000만원 벌기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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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한국은 이제 선진국을 따라잡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세계를 주도한다.

지난달 30일 한국이 주도해 세계여성발명·기업인협회가 결성됐다. 35개국 대표단이 총회에 참석했다. 결성을 주도한 우리나라 단체는 한국여성발명협회다. 특허청과 협조하며 각종 여성 발명 분야 사업과 교육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는 사단법인이다.
한국여성발명협회는 이번 세계 기구 출범과 발맞춰 1~4일 서울 코엑스에서 ‘2009 대한민국 세계여성발명대회(KIWIE 2009)’와 ‘대한민국여성발명품박람회’를 개최했다.

한국여성발명협회는 여성 발명인의 특허 출원 건수가 2006년 2만건을 돌파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2003년부터 협회를 이끌고 있는 주인공은 한미영 회장이다. 한 회장은 취임 후 등록 회원이 100여 명이던 협회를 현재의 4500명 수준으로 발전시켰다. 한 회장은 매우 효율적으로 일하는 기업인이다. 취임 당시 협회 직원 수가 3명이었는데 회원 수가 수십 배로 늘어나고 대규모 세계 행사를 치르면서도 직원 수는 7명에 불과하다. 7일 ‘세계여성발명·기업인 워크숍’이 열린 이화여대에서 한 회장을 만났다. 워크숍은 협회와 특허청,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가 공동 개최했다. 다음은 인터뷰 요지.

-어떤 여성이 발명가가 될 수 있는가.
“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발명가가 될 수 있다. 생각하는 습관이 발명의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한국여성발명협회가 하는 일은.
“2003년 협회 회장에 취임해 회원 명단을 검토해 보니 무학에서 박사까지 다양했다. 나이도 10대부터 70대까지 걸쳐 있었다. 발명은 학력이나 나이와 전혀 상관없다. 당시 우리 협회의 주요 활동은 두 시간짜리 ‘지식재산권 갖기 설명회’였다. 전국의 시·도 단위 요청에 따라 일년에 16회 설명회를 개최했다. 5~6회 설명회를 듣고 ‘나도 발명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장 일을 맡기 전까지 나는 발명에 대해 문외한이었다. 두 개의 실용신안을 받은 다음 과감히 특허에 도전해 안경 관련 특허를 가지게 됐다.”

-‘왕초보 발명가’가 괜찮은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다고 하자. 어떻게 하면 되나.
“우리 협회로 오면 아이디어를 지적재산권·산업재산권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변리사·교수 등 관련 전문가들과도 연결해 준다. 우리나라는 선출원 우선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래서 아이디어는 일단 특허청에 출원을 내야 한다. 우리 협회에 와서 상담하면 우리가 모든 과정을 도와준다.”

-가입 회비는?
“회비는 한 달에 1만원이다. 회비를 안 내면 소속감이 없기 때문에 받는다. 회비 1만원을 내면 모든 협회 프로그램에 별도 부담 없이 참가할 수 있다. 회원으로 등록하면 발명정보지를 보낸다. 협회지에는 자금 지원 정보, 행사·교육 일정, 발명 정보 등이 들어 있다.”

-현재 4500명에 달하는 회원은 모두 특허나 실용신안을 가진 분들인지.
“아니다. 발명에 관심이 있고 발명에 대해 배우고자 하는 여성은 누구나 회원이 될 수 있다. 회원 중 반 정도는 특허· 실용신안을 가지고 있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를 든다면.
“2003년 회장을 맡고 난 다음 1년에 한 명씩은 스타 여성 발명가를 키워야겠다고 생각했다. 한경희 스팀청소기가 그 첫 케이스로 스타가 탄생했다. 그 다음이 이희자 음식물 처리기. 그 다음에는 많다.”

- ‘생활발명’(living invention)’은 무엇인가.
“생활발명이라는 말은 내가 만들어낸 것이다. 일반인이 발명을 멀고 어렵게만 생각하기에 만든 개념이다. 생활 속에서 얻은 아이디어가 바탕이 되는 발명, 생활 속에서 곧바로 활용되는 발명이라는 뜻이다. 오히려 간단해 보이는 생활발명이 사업성이 더 좋고 잘 팔린다. 예를 들어 양면 수세미는 우리나라 여성이 발명한 제품이다. 어떤 주부는 머리 뒤통수를 꼭 감쌀 수 있게 찍찍이를 붙인 테를 모자에 붙여 ‘바람에 날리지 않는 모자’를 만들어 실용신안을 냈다. 이 주부는 실용신안을 모자 회사에 팔아 단번에 1억5000만원을 챙겼다.”

-여성 발명의 전망은 어떤가.
“아주 밝다. 현재 여성은 전체 발명 인구의 5%밖에 되지 않는다. 그만큼 발전 가능성이 크다. 많은 여성이 가사·육아 부담으로 재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발명은 여성에게 블루오션(blue ocean)이자 캐시카우(cash cow)가 될 수 있다. 발명은 여성에게 가사와 육아를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재취업이나 창업을 하지 않아도 된다. ”

-여성 발명인의 장점은 무엇인가.
“같은 물건을 봐도 여성과 남성이 받는 느낌에는 굉장한 차이가 있다. 특히 여성이 생활과 밀접해 있기에 여성은 일상생활에서 정말 필요로 하는 것을 많이 발명하고 개선시킬 수 있다.”

-발명인이 되고 나면 그 다음에는?
“계속 발명을 한다. 발명에 눈을 뜨게 되면 계속 새로운 생각이 난다고 한다.”

-여성 발명인으로 입지를 굳히면 사업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들 텐데.
“사업보다는 거래화를 권장하겠다. 발명품을 직접 생산·판매하는 게 사업화인데 회원 중 300~400명은 사업화하고 있다. 1인 기업도 있고 마이크로 기업도 있다. 그러나 사업화 성공은 100명에 한둘이다. 발명하는 머리와 사업하는 머리, 마인드가 다르다. 발명인이 사업까지 하면 잘못하면 망한다. ‘발명하면 망한다’는 속설이 그래서 나온 것이다. 경영이나 사업은 전문가에게 맡기는 게 더 좋다. 지적재산권을 사고파는 거래가 굉장히 많이 이뤄지고 있다. 발명가가 가격만 합리적으로 제시하면 얼마든지 지적재산권을 거래화하는 게 가능하다.”

-거래화는 어떻게 하나.
“거래 방법은 다양하다. 특허권을 확보하면 이를 전부 팔 수도 있고, 지분 참여를 시킬 수도 있고, 로열티를 받을 수도 있다. 단, 발명가는 아주 합리적인 가격에 거래화해야 한다. 기술권을 계속 갖고 있어도 새로운 기술이 계속 나오기 때문에 무용지물이 되기도 한다. 자기 발명품에 대한 지나친 애착으로 가치를 너무 높게 평가하면 높은 가격에 거래하려고 한다. 거래화가 힘들어지는 원인이다.”

-개인과 사회가 여성 발명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겠다.
“그렇다. 여성 발명에는 엄청난 잠재력·파괴력이 있다. 엄마가 변하면 아이들이 따라 변한다. 엄마가 변화면 가정이 변하고, 가정이 변하면 사회가 변하며, 사회가 변하면 국가가 변한다. 여성이 발명을 매개로 경제력을 갖게 되면 이는 곧 국가경제력과도 연결된다. 여성 발명이 산업 부문 차원에서 활성화되면 돈이 풀려 돌아가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산업 부문화는 어떻게 달성될 수 있나.
“여성 발명과 중소기업을 연계하면 된다. 여성 발명은 중소기업 지원 대책도 될 수 있다. 여성 발명가의 아이디어는 쉽고도 사업성이 좋기 때문에 중소기업과 연계시켜야 한다. 중소기업은 연구팀이 없는 경우가 많아 아이디어가 부족하다. 여성 발명가의 아이디어를 제공해 중소기업과 거래화를 실현해야 한다. 대기업과는 불리한 부분이 많다.”

-해외 사업 추진 계획은.
“세계여성발명·기업인협회를 창설했다. 여성 발명은 우리나라가 조직적이고 잘하고 있다. 다른 나라도 여성 발명인의 비율이 크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성공한 교육 프로그램을 나눠주는 것이다. 우리나라를 여성 발명의 주도국이자 메카가 되게 하자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우리 전략은 세계 여성 발명계를 주도하면서 한국 여성 발명계를 발전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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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영 회장은
1976년 이화여자대학교 졸업
2001년 태양금속공업 부사장(現)
2003년 한국여성발명협회 회장(現)
2003년 연세대학교 법무대학원 수료
2006년 한국여성경제단체연합 수석대표(現)
2007년 국민훈장 목련장 수상

김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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