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외환시장 20~30% 주무르는 ‘큰 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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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호 26면

저금리의 엔화를 고수익 해외 금융상품에 투자(엔 캐리 트레이드)하는 일본 전업 주부들을 일컫는다. 와타나베(渡邊)는 일본에서 다섯 번째로 흔한 성이다. 우리로 치면 ‘김씨 아줌마’쯤 된다.

와타나베 부인(Mrs.Watanabe)

와타나베 부인은 일본의 10년 장기 불황과 낮은 은행 금리 등을 배경으로 등장했다. 연 0.5%에도 못 미치는 이자를 주는 은행에 돈을 넣느니 뉴질랜드 등 금리를 후하게 쳐주는 해외에 투자하는 게 낫다는 인식이 주부들 사이에 퍼지면서 해외 투자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와타나베 부인들의 주 종목은 FX 마진 거래다. 이 때문에 2007년 7월 뉴질랜드 달러는 미국 달러당 22년 만의 최고치인 79센트까지 올랐다. 2000년대 이후 최저 값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일본 엔화 대비 뉴질랜드 달러는 19년 만에 최고치인 97엔까지 치솟았다.

와타나베 부인들의 거래 비중은 도쿄 외환 시장의 20~3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 금액은 하루 평균 150억 달러에 이른다. 일본은행(BOJ) 이사회 멤버인 니시무라 기요히코는 2007년 7월 “국제적인 외환투기업자들이 시장 불안정성을 일으키는 주범이라면 도쿄의 와타나베 부인들은 시장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일본에서는 와타나베 부인들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와타나베 부인들의 과도한 투자가 외환 시장의 불안정성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일면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금융청은 개인 투자자들의 외환 증거금 배율이 20~30배를 넘지 못하도록 ‘상한 규제’를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과거에는 증거금의 최대 100배까지 자금을 거래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증거금 10만 엔(약 130만원)을 금융회사에 맡기면 최대 1000만 엔(약 1조3000억원) 규모까지 외환 거래가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거래 규모가 200만~300만 엔으로 줄게 된다는 의미다.

한편 미국에서도 지난해부터 금리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해외 투자로 눈을 돌리는 가정주부들이 늘자, 와타나베 부인에 빗대 이들을 ‘스미스 부인’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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