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임정복 어디까지 왔나…첨단 시술법 속속 개발로 출산 성공율 30% 수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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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10쌍중 1쌍이 불임' . 가장 흔한 질환이면서도 숙명처럼 받아들였던 불임이 정복되기 시작한 것은 1979년 영국에서 첫번째 시험관아기가 태어나서 부터. 이후 불임시술은 국내에서도 활발하게 진행되어 85년 서울대병원 장윤석교수팀이 시험관아기에 성공한 이후 매년 8천여명의 신생아들이 현대의료의 혜택을 받고 태어나고 있다.

시험관아기는 크게 남성불임과 여성불임 시술로 나뉜다.

남성불임에서 가장 앞선 기술은 미세정자직접주입술 (ICSI) 과 난자세포질내 원형정 (精) 세포주입술 (ROSI) . ICSI는 운동성이 부족하거나 정자가 나오는 길이 막혀 불임이 될때 정자를 고환.부고환에서 채취, 하나의 정자를 강제로 (?) 난자속에 집어넣는 기술. 국내에서는 95년부터 시작돼 이미 10여개 의료기관에서 시술할 정도로 보편화된 기술이다.

이보다 앞선 것이 ROSI. ROSI는 글자 그대로 정자가 되지못한 원형정세포를 정자직접주입술로 난자에 집어넣어 수정란을 만드는 기법. 원형정세포는 꼬리가 달리지 않은 정자의 바로 전단계 생식세포이기 때문에 ICSI보다 한단계 앞선 기술로 평가되고 있다.

이 ROSI에 의해 임신된 아이가 지난해 10월 지방병원인 대구 하나병원에서 태어났다.

국내에서는 96년3월 영동제일병원 불임연구팀이 성공한 이래 두번째. 영동제일병원 윤현수박사는 "체세포와 생식세포를 구분하는 일이 어려워 복제인간을 만들 수 있다는 등 시비가 일고 있긴 하지만 최근 돗토리대학등에서 이를 구분하는 술식이 보고되는등 기술적 난제가 해결되고 있어 몇년내 보편화될 것" 으로 전망했다.

여성불임에서 가장 관심거리는 과배란유도제를 사용하지 않고 미성숙 난자를 체외배양한 뒤 정자를 주입하는 시술. 난자 배양과 수정기술이 어렵지만 배란유도제에 의한 약값과 부작용을 줄일 수 있고, 언제든지 여성의 난소에서 필요한만큼 꺼내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자연배란 주기를 이용할 시험관 시술일 경우 수정란의 질이 좋아 한두개만으로 임신을 하는등 다태아임신의 문제점도 해결할 수 있다.

이밖에도 두꺼운 수정란에 정자가 잘 들어가도록 껍질을 벗겨주는 해칭기술, 수정란의 자궁착상을 돕기위해 생체아교를 사용하는등 임신율을 높이기 위한 시술들이 속속 선을 보이고 있다.

현재 국내 시험관아기에 의한 출산율은 병원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30%에 가까워지고 있어 세계적인 수준을 보이고 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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