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자녀 이유없는 반항, 야단치기 보다는 대화 유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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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중학교 1학년 딸을 둔 김명심씨 (가명.39.서울송파구 문정동) 는 아이가 집에 놀러온 친구와 하는 대화를 엿듣고는 자지러지게 놀랐다.

두아이가 부모 험담을 서슴치 않았던 것. 김씨는 배은망덕한 딸의 말에 너무 화가 나고 서글퍼 잠을 잘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이 언제부터인가 '엄마가 알긴 뭘 알아' 라고 무시하면서 함께 길을 갈 때도 '창피하다' 며 저만치 떨어져 걷는다” 는 서윤경씨 (40.서울서초구 내곡동) 는 “키워준 엄마에 대한 대접이 겨우 이건가 하는 생각에 세상살기가 싫어질 때도 있다” 고 하소연한다.

이처럼 사춘기 아이들의 심리변화와 달라진 태도를 옆에서 겪으며 자신도 불안정한 감정기복에 시달림을 호소하는 부모들이 적지않다.

극단주의적 사고나 불안정한 정서, 부모나 기존질서에 대한 심한 반항감과 적대심을 보이는 이는 사춘기를 보내는 5명중 한명 꼴. 김동현소아청소년정신과 김동현원장은 “사춘기 자녀들의 반항을 겪어야하는 부모 역시 절망감과 무력감, 공허감 등에 시달리게 된다” 고 말한다.

한숙자박사 (연세대 강사.교육학) 는 “사춘기에는 아직 인성이 확립되지 않은채 본능만 발달하게돼 일관성이 없는 인간관계.불복종등의 현상을 나타내게 마련” 이라면서 “부모로부터 독립하고 싶어하고 또래집단과 친밀해지면서부모에 비판적이 된다” 고 설명한다.

따라서 부모들은 사춘기의 특성을 우선 이해하고, 아이가 반항하는 순간에는 대꾸하지 않고 일단 지나가는 것이 좋다는 것. '답답해 죽겠다.

왜 말을 못하니' 하는 식의 추궁은 대화를 원천적으로 봉쇄할 위험이 있으므로 피하라는게 한박사의 조언이다.

광성초등학교 (경기도 광명시) 6학년 담임인 최완실교사는 “아이가 갑자기 부모를 경멸하는듯한 말을 하고 꾸중을 하면 조롱하는듯한 눈초리로 빤히 쳐다본다며 상담해 오는 학부형이 많다” 면서 “이럴땐 부모가 일방적으로 괴롭히고 무조건 금지하는 존재가 아니라 똑같이 상처받고, 슬프고 괴로울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알리는 감정호소법이 도움이 된다” 고 들려주기도. 사춘기 자녀가 유난히 부모를 무시하는 데는 부모가 자녀를, 또는 부부간에 무시하는 언사나 행동을 많이 해온 탓도 있다는 것. 김동현원장은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아이에게 네가 어떻게 해서 그렇다고 따지는 '너 진술법' 이 아니라 '그런 상황을 겪은 부모인 내 기분이 어떻다' 식의 '나 진술법' 으로 대화하라” 고 조언했다.

고혜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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