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름시름 중소기업, 응급처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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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재 업체 66% 경영난…49% "투자계획조차 없다"

중소기업 10곳 중 6곳은 2001년 말보다 경영상태가 나빠졌다고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수 경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 숙박.음식업의 84%, 부동산.임대업의 76%가 2년여 전보다 장사가 안 된다고 답했다. 또 숙박.음식업의 31%는 빌린 돈의 이자나 원금을 연체한 경험이 있었다.

7일 재정경제부가 전국 7000여개 중소기업(자영업자 포함)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은 경영난을 호소했다. 경영난의 원인으로 세곳 중 한곳은 매출 감소를 들었다. 내수 경기가 안 좋아서 물건을 팔 때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최종 소비재를 생산하는 기업의 66%가 경영난을 겪고 있었지만 중간재를 납품하는 업체는 55%로 상대적으로 나았다.

이에 따라 30%의 기업은 연초에 세웠던 투자 계획을 미루고 있었다. 아예 계획조차 세우지 않은 업체도 49%에 달했다. 불확실한 경제전망(50%)이 투자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벤처기업 중에선 44%가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 투자를 못 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재무상태도 나빠지고 있다. 도소매 업종에선 조사 대상의 62%가 부채가 늘었다고 답했다. 이들은 대출받을 때의 어려운 점으로 높은 금리, 기업 상황에 대한 은행의 불신, 적절하지 못한 기업 평가를 지적했다.

중소기업들은 또 정부가 할 일로 자금 지원이나 세제 지원보다 경기 회복(68%)을 첫손에 꼽았다. 정부가 이날 각종 중소기업 지원책을 쏟아냈지만 정작 중소기업들은 현 경제 상황이 기업에 대한 지원을 더 늘린다고 해결될 성질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인력 채용때 보조금, 정부서 1조원 펀드 출자

이달부터 대기업 퇴직자나 기술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을 고용하는 중소기업은 최대 3명까지 1인당 월 120만원씩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이 돈은 고용보험기금에서 나오는 것으로 1년간 받을 수 있다.

또 다음달부터 대기업에서 납품 주문을 받는 것과 동시에 대금을 받아 생산비로 쓸 수 있게 된다. 기업은행이 발주와 동시에 대금을 대출해 주는 상품을 팔 계획이기 때문이다. 기업은행이 우량 구매 기업으로 분류한 4400여개 기업과 이 기업에 납품하는 1만9000여개 협력업체가 대상이다.

정부는 7일 이 같은 내용의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 대책을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지금까지 자금이 필요한 중소기업이 정부로부터 받을 수 있는 지원은 쉽게 보증을 받거나 싼 이자에 대출을 받는 것이었지만 앞으로는 정부를 투자자로 끌어들일 수 있다. 정부가 중기 투자만 전문적으로 하는 펀드에 1조원을 출자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시행하고 있지만 이용하는 데 불편했던 지원들이 기업 중심으로 바뀐다. 경영자문(컨설팅)회사를 싼값에 이용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다. 지금까지는 정부가 지정한 컨설팅 업체만 이용할 수 있었으나 앞으로 정부가 발행한 쿠폰을 사서 평소에 주로 거래하던 회사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지원을 받으려면 재무상태가 견실하거나 기술력이 뛰어나야 한다. 정부는 더이상 나눠주기식 지원을 하지 않고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만 집중적으로 지원한다고 밝혔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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