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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시장 얼어붙었다…자동차등 판매 60%까지 감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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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국내 소비와 투자가 얼어붙었다.

물건을 만들어야 팔리지 않는다.

아예 회사가 망해 '떨이세일' 이라도 해야 손님이 모이는 형편이다.

지난 설날 8일간의 길고 긴 휴가가 오히려 재고조정에 도움이 됐다며 허탈해하는 기업인이 많다.

이런 판에 시설확대는 물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투자인들 제대로 될 리가 없다.

국제통화기금 (IMF) 한파가 정상적인 소비.투자마저 위축시키면서 한국경제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복원력마저 무너뜨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월중 자동차 내수판매는 한달 전의 절반에도 못미쳤다.

현대자동차는 지난달 승용.상용차를 포함해 모두 1만7천6백여대를 팔아 전달에 비해 53.7%, 기아자동차는 9천7백여대로 61.9% 감소했다.

안팔리니 출혈경쟁이 난무한다.

차값 30% 할인판매는 물론 초고금리가 횡행하는 현실 속에서도 할부판매 금리를 다시 종전 수준 (13.8%선) 으로 낮추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업계는 이렇게 가다간 올 한해 내수가 지난해의 절반에도 못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TV.냉장고 등 가전제품의 경우 지난해 12월 판매가 전달에 비해 30%정도 줄어든데 이어 1월에 또다시 30%정도 감소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구형 가전제품을 신형으로 바꾸는 대체수요가 죽었다" 고 말했다.

게다가 팔리는 제품도 중저가형 모델이 주종이어서 가전3사들은 모델 수를 종전보다 대폭 줄이고 있다.

의류업체들도 IMF이후 내수가 35%정도 줄어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처럼 물건이 팔리지 않는데다 살인적인 고금리까지 겹쳐 기업부도가 가속화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월중 서울지역에서만 무려 1천2백39개 업체가 부도로 쓰러졌다.

물론 사상최고다.

이달 들어서도 지난 2일 1백43개, 3일 1백87개 기업이 부도로 넘어갔다.

기업들은 어떻게든 살아남으려 안간힘이다.

감량 (減量) 경영은 기본이다.

그러나 이는 또다른 부작용을 낳고 있다.

국내외 유명브랜드에 의류를 납품하는 A사는 비용절감을 위해 지난달 31일자로 40여명의 생산직 근로자중 10명을 정리한 뒤 큰 문제에 부닥쳤다.

생산단계에 대한 검토없이 나이순으로 사람을 줄이다보니 전문기술자가 무더기로 빠져나가 설연휴 직후부터 생산된 제품 가운데 바지 50장 전량이 모두 솔기가 맞지않는 등 불량품으로 드러났다.

가계건 기업이건 줄이고 아끼는 것은 좋지만 '합리적' 이란 전제가 꼭 필요한 상황이다.

신성식·전진배·김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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