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미국 브로드웨이 차세대 스타 이소정…'미스 사이공'여주인공 열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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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한국의 '리 살롱가' 를 꿈꾸며 - . '작은 악마' 이소정 (25) 의 꿈이다.

살롱가는 지난 89년 런던 초연된 뮤지컬 '미스 사이공' 에서 주인공 킴 역을 맡아 일약 세계 뮤지컬계의 히로인이 된 필리핀 출신 배우다.

이소정은 초연 6년뒤 이 작품의 역시 주인공으로 뽑혀 지난해 말 2년8개월의 미국 투어공연을 끝낸 차세대 스타다.

그러나 같은 주인공으로서 이소정이 살롱가를 아직 따라가지 못한 것은? 바로 명성과 부 (富) 다.

이소정은 실력에서야 그녀를 능가했다는 평을 받았지만, '투어팀' 이란 한계 때문에 아직 명성을 얻지 못한 것. 그런 이소정이 얼마전 귀국했다가 털어놓은 한마디. “올 하반기 시즌엔 꼭 브로드웨이 무대에 서겠습니다.”

국내무대에 비교적 '덜 팔린' 이소정은 최주희.이태원 등 뮤지컬 '왕과 나' 의 한국계 주역들보다 일찍 브로드웨이와 인연을 맺은 선구자이자 '숨은 진주' 다.

지난 95년 봄 '미스 사이공' 의 시애틀 공연을 시작으로 필라델피아.댈러스 등 미 전역을 돌며 한국출신 가수의 진가를 발휘해 매스컴으로부터 “가장 동양적인 킴 역이다” 는 찬사를 받았다.

킴은 월남 주둔 미군과 사랑에 빠졌다 미군철수로 버림받고 창녀가 되는 비련의 여인. 이 여인덕에 이소정은 3년 가까운 세월동안 미국 무대만을 여행하는 행운을 잡았다.

이소정은 지난 91년 고등학교 (안양여고) 졸업후 그야말로 혈혈단신으로 미국행을 감행한 '겁없는 아이' 였다.

순전히 뮤지컬 공부를 위해 하와이 브리검 영 대학으로 유학 (실용음악전공, 현재 휴학중) 을 떠났고, 풍부한 성량과 깨끗한 음색으로 95년 '미스 사이공' 투어팀 오디션에 응시해 당당히 주인공으로 발탁됐다.

당시엔 살롱가의 성공 이후 '아시안 파워' 의 공급시장이 된 필리핀 출신들의 강력한 견제를 뿌리친 쾌거였다고 이소정은 우쭐해 했다.

“곧 국내무대에 서는 것은 당연한 순서라고 생각해요. 인종적인 한계 때문이겠지만 브로드웨이는 언제나 썰렁한 느낌이예요.” 지난 1일 샌디에이고 집으로 돌아간 이소정은 곧 뉴욕으로 근거지를 아예 옮길 생각이라고 한다.

살롱가처럼 그 영롱한 목소리로 브로드웨이를 가슴에 품기 위해. “곧 다시 좋은 소식 전할께요.” 출국직전 남긴 단순한 말이지만 이소정의 야무진 각오가 느껴진다.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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