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치에선 독자 행보 추구=메드베데프의 ‘홀로서기’ 시도는 국내 정치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우선 푸틴의 권위주의와 차별화되는 민주적 조치들을 잇따라 취하고 있다. 취임 일성으로 법 질서 회복을 강조했던 그는 지난해 말 반부패법을 통과시킨 뒤 ‘부패와의 전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공직자 재산 공개법을 만들어 자신이 먼저 개인 재산을 공개하기도 했다. 또 인권침해 논란을 불러일으킨 푸틴 내각의 국가 반역죄 처벌 강화 법안에 대해 재검토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정치적 입지 강화를 노리는 메드베데프에게 가장 큰 시련은 역시 경제위기다. 푸틴 집권 8년 동안 7%대의 고도 성장을 누리던 러시아 경제는 최근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로 최악의 혼란에 빠져 있다. 3월 실업자 수가 710만 명을 넘어서면서 실업률이 9.5%에 이르고 있다. 지난달 말 ‘레바다 센터’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메드베데프에 대한 지지율은 68%로 지난해 8월의 83%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경제난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외교는 푸틴 노선 고수=메드베데프의 외교는 푸틴이 내세웠던 국익 우선 정책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메드베데프는 지난달 초 영국 런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버락 오마바 미국 대통령과 만나 조지 W 부시 정권 시절 최악으로 치달은 양국 관계를 ‘리셋(재설정)’하기로 합의했다. 오바마의 유화 제스처에 화답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8월 그루지야 전쟁 때나 미국의 동유럽 미사일 방어(MD) 계획, 옛 소련권으로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확장 등에 대해서는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미국이 체코와 폴란드에 MD 시스템 구축을 강행할 경우 이 국가들을 겨냥해 핵미사일을 배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방과 협력은 하되 러시아의 국익이 침해되는 것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입장이다.
◆실권 쥐고 있는 푸틴=모스크바의 정치 분석가 미하일 레온티예프는 “메드베데프는 푸틴 대통령 시절의 주요 정부 인사 가운데 6분의 1 정도만을 자기 사람으로 바꿨을 뿐”이라고 밝혔다. 올 3월 여론 조사에 따르면 러시아인의 12%만이 메드베데프가 실질적인 권력을 갖고 있다고 답 했다. 푸틴의 대통령 복귀설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유철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