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공 말 달리던 옛터 덕수 이씨 문중에 낙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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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경매에 부쳐진 충남 아산시 염치읍 현충사 경내 이순신 장군 고택(古宅) 부지 등이 덕수(德水) 이씨 문중에 낙찰됐다.

4일 대전지법 천안지원에 따르면 이날 열린 이순신 장군 고택 부지 3필지와 임야 1필지 등 4필지 9만3000여㎡에 대한 2차 경매에서 덕수 이씨 풍암공파가 11억5000만원에 낙찰받았다.

충무공의 조부(李百祿)를 종파로 하는 풍암공파는 충무공 고택 터를 사들이기 위해 덕수 문중을 중심으로 모금운동을 벌여 기금을 마련했다. 고택 터는 충무공이 소년 시절부터 무과에 급제할 때까지 활쏘기와 말타기 등 무예를 연마하던 유허(遺墟·생활공간)다.

이날 경매에는 덕수 이씨 문중, 문화재청, D건설 등 네 곳이 참여했으나 가장 많은 금액(12억2200만원)을 써낸 D건설은 입찰 서류를 갖추지 못해 탈락했으며 문화재청은 10억7362만원을 써냈다.

덕수 이씨 풍암공파를 대표해 입찰에 참여, 낙찰받은 이정환(68) 감사는 “충무공 고택 등을 국가나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것은 후손들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 문중 회의를 열어 경매에 참여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경매에 나온 고택 부지 등은 충무공의 15대 후손 종부(宗婦)인 최모(53)씨 소유의 사유지로 감정가는 15억3000만원이었다. 이 땅은 종중 소유였으나 충무공 14대 종손이 개인 명의로 바꿨다. 최씨는 8년 전 남편인 충무공 15대 종손이 세상을 떠나자 재산을 물려받아 이를 담보로 수억원의 빚을 내 현충사 입구에서 매점을 운영하는 등 사업을 하다 실패했다. 이 때문에 채권자인 김모(70·태안군 태안읍)씨가 청구 금액 7억원에 경매를 신청했다.

3월 30일 1차 경매에서는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천안=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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