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독서마라톤 열풍 속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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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경양초등학교의 도서관 활용 수업 모습. 이 학교 어린이들이 빛고을 독서마라톤대회에 참가하면서 도서 대출량이 크게 늘었다. [경양초등학교 제공]

“책을 읽는 즐거움에 푹 빠졌어요.”

광주 설월여고 박은주(17)양은 지난달 중순 광주시교육청의 ‘빛고을 독서마라톤대회’에 참가한 후 매일처럼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고 있다. 당초 담임교사의 권유로 시작했으나 책에 흥미를 느끼면서 독서량이 크게 늘었다. 박양은 10월까지 일 주일에 1권씩 읽어내 5㎞(5000쪽)를 완주한다는 목표다.

이 학교 1·2학년생 800명 중 81%인 650명이 박양처럼 빛고을 독서마라톤대회에 참가 중이다. 박상원(35·국어) 설월여고 교사는 3일 “학생들이 친구들끼리 팀을 이뤄 독서마라톤대회에 참가해 서로 감상을 얘기하면서 사고의 폭을 넓히고 우정을 돈독히 하는 효과도 얻고 있다”고 전했다.

광주 초·중·고교에서 독서 열풍이 거세다. 빛고을 독서마라톤대회가 지난달 21일 개막하면서다.

◆4만9000여명 참가=빛고을 독서마라톤대회는 독서와 마라톤을 접목한 독후감 대회. 책 1쪽을 마라톤 구간 1m로 환산해 대회 종목을 구성한다.

올해 대회는 지난달 21일 시작해 10월 20일까지 6개월간 진행된다. 개인·단체·가족 부문으로 나뉘고, 개인 부문의 경우 거북이코스(3㎞·3000쪽)·악어코스(5㎞·5000쪽)·토끼코스(10㎞·1만쪽)·사자코스(21.097㎞·2만1097쪽)·월계관코스(42.195㎞·4만2195쪽) 등 8종목으로 세분화했다. 참가자들은 대회 시작과 함께 매일 일정 분량의 책을 읽고 감상 평(500자 이내)을 빛고을독서마라톤 홈페이지에 올린다. 목표를 달성한 완주자 전원에게 증서와 기념 배지가 주어진다. 독서마라톤 일지 작성의 성실성과 독서 주제의 다양성 등을 심사해 부문별 우수자에게 교육감 표창과 도서상품권을 준다.

이번 대회엔 ▶개인 부문 4만2128명 ▶가족 부문 2431명 ▶단체 부분 4874명 등 모두 4만9433명이 참가했다.

빛고을 독서마라톤대회는 2007년 9월 처음 열렸다. 일부 사서교사들이 ‘문화중심도시’에 걸맞는 독서생활화 운동을 하자며 제안해 시작됐다. 광주 독서교육연구회 소속 교사와 국어교사를 중심으로 추진위원회를 꾸려 홈페이지 관리·심사 같은 역할을 분담했다. 지난해엔 1·2학기로 나뉘어 두 차례 치러졌다. 대회 참가자는 2007년 8700명, 2008년 2만7514명으로 늘었다.

전교생이 1100여명인 경양초등학교는 해마다 80%가량의 학생들이 참가해 ‘책 읽는 학교’로 이름을 얻었다.

지난해 이 학교 도서관의 대출량은 5만1765권으로 대회 전인 2006년의 대출량 1만6827권에 비해 배 이상 증가했다.

경양초등학교의 이종철 교장은 “아이들이 책을 가까이하면서 전체적으로 창의력과 사고력이 크게 신장된 것을 느낄 수 있었다”며 “책 읽는 학교로 전통을 이어가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조미경 광주시교육청 장학사는 “빛고을 독서마라톤대회가 학생·학부모·일반시민의 광범위한 참여로 광주시교육청의 큰 자랑거리가 되고 있다”며 “모자(母子) 독서모임 활성화 등으로 학부모들의 참여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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