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볼만한 비디오]분야별 추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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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애정·가족드라마

□신의 연인

베들레헴 여자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는 요셉. 하지만 삶이 허무하다는 생각에 시간을 빈둥빈둥 보낸다.

어느 날 눈동자가 아름다운 14세 된 소녀 마리아를 만나 삶이 충만해진다.

그런데 마리아가 처녀잉태를 하면서 뜻하지 않게 시련과 시험의 시간을 맞게 된다.

그리스도를 잉태한 마리아와 남편 요셉의 사랑이야기이며 특히 요셉이 겪게 되는 고뇌와 갈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탈리아 작가의 소설이 원작이다.

성경을 바탕으로 한 흔한 '종교 영화' 와는 다른 색채를 느낄 수 있다.

□안나 까레니나

알다시피 톨스토이 소설이 원작으로 영화화 되기는 이번이 다섯번째. 1935년 그레타 가르보, 47년 비비안 리를 이어 소피 마르소가 안나 까레니나의 맥을 이었다.

유부녀와 청년 사이의 비련 (悲戀) 이라는 낡은 로맨스지만, 글쎄 '불륜' 과 '사랑' 은 어떻게 다른 건지, 다르기나 한 건지. 1880년 러시아의 왕정시대. 대지주의 아내인 안나는 남편에게 싫증을 느끼던 중 모스크바에서 젊은 장교 브론스키와 운명적인 사랑에 빠져든다.

이탈리아로 가서 가정을 꾸미지만 안나는 러시아에 남겨둔 아들이 항상 마음에 걸린다.

□스위트 마마

존 앤더슨은 두번이나 이혼한 경험이 있는 공상과학 소설가.

다른 여성과 새로 데이트를 해보지만 어딘가 모가 난 대인관계 때문에 번번이 실패로 끝난다.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그는 자기 삶의 원점으로 되돌아가 보기로 한다.

짐을 꾸리고 찾아 간 곳은 어머니 혼자 살고 있는 고향집. 어머니와 장을 같이 보기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면서 모자간에 쌓였던 갈등을 푼다.

또 결혼 후 안정된 생활을 하는 동생을 보니…. 가족간의 사랑에서 실패한 사람은 연인관계에서도 어긋날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을 코믹하고 따뜻하게 풀어간다.

애니메이션

□페이지 마스터

리차드 타일러는 동네 사람들이 모두 인정하는 겁쟁이. 어느날 비를 피해 들어간 도서관에서 이상한 할아버지를 만난다.

할아버지는 그에게 환상과 모험, 공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리차드는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감에 휩쓸리면서 신비로운 책 속으로 빨려들어간다.

책 속에 얼마나 풍부한 세계가 있는가를 보여줌으로써 독서의 중요성을 깨우치도록 유도하는 교훈을 담고 있기도 하다.

실사와 애니메이션이 결합돼 있으며 '나 홀로 집에' 에서 귀여움을 독차지한 맥컬린 컬킨이 출연했다.

□해상왕 장보고

에스미디컴과 아리랑 TV가 공동제작한 순수 국산 애니메이션이다.

지난해 '케이블 TV 우수 프로그램 외주제작 부분' 에서 특별상을 수상했다.

통일신라 시대에 아시아의 바다를 주름잡았던 장보고. 철저한 신분사회에서 미천한 평민으로 태어나 혁혁한 공을 세운 인물이다.

이 작품에서는 그동안 장보고가 신라 조정에 반기를 든 인물로만 과소평가돼 온 것을 바로 잡기 위해 그의 업적을 재조명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점점 소심해가는 어린이들에게 진취적인 기상을 심어주겠다는 의도다.

범죄·스릴러

□48시간의 킬링게임

부유층만이 모여 사는 LA의 한 지역. 두 명의 살인청부업자와 권태에 지친 경찰들, 전 남편을 살해하려는 여자와 그의 정부, 엉겁결에 인질이 되고 만 네 명의 남녀 등 12명의 인간 군상이 등장한다.

이들이 살인 사건이 일어나는 장소에 모이는 순간 살인과 배신, 탐욕이라는 인간의 어두운 면들이 갖가지 형태로 표출된다.

한밤중 깊이 잠들어있던 한 남자가 살해된다.

현장에서 유유히 빠져나온 살인 청부업자 리는 한적한 공터에서 동료인 도스모까지 없애고 기다리고 있던 금발 미녀 헬가와 함께 떠난다.

그러나 폭발 직전의 자동차에서 간신히 빠져나온 도스모는 리의 배신에 치를 떨며 복수를 다짐하는데….

□투 크라임

범죄 뒤에는 늘 돈과 여자가 있다던가.

살인사건에 휘말려 거부인 삼촌 집으로 피신하게 된 마르코스는 삼촌을 이용해 돈을 뜯어내려는 음모를 벌인다.

그는 애인을 팽개치고 사촌의 아내와 눈이 맞는다.

이런 사정을 뒤늦게 눈치 챈 사촌들이 힘을 합쳐 마르코스를 곤경에 빠트릴 계략을 꾸민다.

음모와 사랑과 배신이 얽히고 설킨 복잡한 구조를 유머와 풍자까지 섞어가면서 한올한올 풀어가는 재능이 예사롭지 않다.

12개에 이르는 국제영화제에서 이런 저런 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스토리와 연기가 뛰어나다.

액션

□머니 토크

폭소와 액션이 번갈아 가면서, 쉴틈을 주지않는 않는다.

세차장에서 불법으로 암표를 판 혐의로 체포된 조무래기 사기꾼 해치 (크리스 터커) 는 호송도중 무장괴한들이 버스를 폭발시켜 탈출을 하게 된다.

그러나 경찰 살해 탈주범이라는 누명을 쓰면서 쫓기는 몸이 된다.

해치는 시간이 갈수록 사건이 꼬여가기만 하자 자신의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TV리포터인 제임스 (찰리 쉰) 를 찾아간다.

그는 특종을 위해서라면 목숨을 기꺼이 버릴 각오가 돼 있는 인물이다.

그런데 사건에 말려들다보니 제임스는 어느새 자신도 경찰살해범이라는 혐의를 받고 수배중이라는 걸 알게 된다.

□페이스 오프

할리우드에서 우위썬 (吳宇森) 감독의 입지를 확고히 다져준 작품. 홍콩식 액션을 그대로 살려와 세계적으로 대단한 흥행실적을 올렸다.

FBI의 테러방지 요원 아처 (존 트라볼타) 는 아들을 살해한 지능적인 폭탄 테러범 캐스터 (니콜라스 케이지) 를 체포한다.

그러나 아직 해결되지 않은 음모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미 캐스터는 식물인간이 돼 버린 상태라 그것이 무엇인지 추궁할 수가 없다.

할 수 없이 아처는 캐스터의 얼굴로 이식수술을 받는다.

그런데 캐스터가 코마상태에서 갑작스럽게 깨어난다.

아처의 얼굴로 말이다.

얼굴이 바뀜으로써 서로 다른 상황에 처하게 된 이들이 펼치는 대결이 흥미 만점이다.

한국영화

□시간은 오래 지속된다

김응수감독이 모스크바 영화학교 유학중 만든 작품이라하여 화제가 됐었다.

극장 흥행 실패로 빚을 갚느라 지금도 애를 먹고 있다는 후문. 모스크바 근교의 한 별장에서 송년파티가 열린다.

모여든 사람들은 80년대에 운동권에서 활동하다 각자의 상처를 안고 모스크바로 떠나온, 30세를 바라보는 이들이다.

시대와의 불화 (不和)가 개인의 운명과 성격에 얼마나 강한 영향을 끼치는가하는 상식적인 주제가 북국의 설원과 자작나무를 배경으로 아련하게 펼쳐진다.

'풍요의 시절' 을 얼치기로 구가하다 또다시 '고난의 시기' 를 맞게 된 이 즈음, 그 시절의 고뇌들이 부질없었던 것만은 아닌 듯 싶다.

□마리아와 여인숙

심혜진이 팜므 파탈 (악녀) 로 나와 호연을 펼치고 신현준.이경영.박상민 등 스타급들이 출연한다.

성스러움을 뜻하는 마리아와 통속적인 장소인 여인숙을 제목에서 나란히 세운 데서 알 수 있듯이 번듯한 외양 뒤에 가려진 인간의 추한 모습을 부각시킨다.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마음의 병을 안고 살아가며 나락으로부터 헤어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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