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Mnet REPORT] 낙관 vs 비관 … 한·일 경기 전망 ‘수출’서 갈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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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사에서 가장 극명한 대조를 이룬 것은 한국과 일본 기업인들의 현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이었다. 요즘 경기가 ‘전과 비슷하거나 확장 국면’이라는 비율이 한국은 절반을 넘는 54.5%인 반면 일본은 12.9%에 불과했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낳았을까.

구본관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수출 실적 때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엔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최근 수출이 반 토막 났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엔화로 따진 일본의 올 1월 수출액은 지난해 1월보다 45.7% 줄었고, 2월엔 49.4% 감소했다.

한국도 달러 기준 수출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1월엔 전년보다 34.2% 줄었고, 2~4월은 20% 안팎의 감소세를 보였다. 일본보다는 수출이 덜 줄었는데, 원화가치가 떨어진 덕을 많이 본 것이다. 또 달러가 아닌 원화로 수출액을 환산해 보면 형편이 좀 더 낫다. 올 들어 1월에만 6% 감소했을 뿐 2월엔 23.3%, 3월 16.4%, 4월에는 10.2% 증가했다. 그래서 한국의 대기업 임원들 사이에 현 상황을 나쁘지 않게 보는 비율이 높다고 구본관 연구원은 분석했다.


이런 해석에 대해 ‘일본은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 않으므로 수출이 안 된다고 경기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지는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실제 일본은 내수와 수출의 비중이 9대 1 정도다. 하지만 일본도 도요타·혼다·소니 같은 대기업들은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조사 대상이었던 대기업 임원들은 수출 실적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한국이 외환위기 당시 ‘V’자형으로 가파르게 반등한 경험이 있어 기업들이 위기에도 희망과 자신감을 잃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반면 일본은 1990년대 거품 붕괴로 ‘잃어버린 10년’이라는 길고도 혹독한 침체를 겪었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더 많이 움츠린다는 것이다.

주가 지수도 한국은 올랐고 일본은 떨어졌다. 지난달 30일 코스피 지수는 1369.36으로 연초보다 18% 상승했으나 같은 기간 닛케이 지수는 2% 하락했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관련해 한국은 -1~-2%(35.2%)일 것이라는 답이 제일 많았고, 일본은 -3~-4%가 최다였다. 이는 한국 기업인들이 현 경기를 낙관적으로 봐서라기보다 정부와 국제기구 등의 전망치에 영향을 받은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 정부는 올해 성장률을 -2%, 일본 정부는 -3.3%로 전망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 -4%, 일본 -5.8%로 예측했다.

지난해 9월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시작된 불황은 2년 정도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한국은 경제가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는 시점이 ‘내년 3분기(26.9%)’라는 답이 많았고, 일본은 ‘내년 4분기’(21.1%)를 제일 많이 꼽았다.

경기부양책에 대한 견해도 양국이 달랐다. ‘부동산 및 건설경기 부양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한국이 9.3%인 반면 일본은 0.8%에 불과했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최근 들어 일본 부동산 가격이 약간 상승한 현실이 반영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은 한국(19.6%)이 일본(9.7%)보다 높았다. 국내 기업들이 아직도 많은 규제 때문에 피곤해하고 있다는 의미다. 일본은 법인세와 개인 소득세를 깎아 달라는 요구가 많았다.

권혁주 기자

◆JMnet REPORT=중앙일보를 주축으로 JMnet(Joongang Media Network)의 신문·방송·잡지·인터넷 매체가 합동 특별취재팀을 구성, 기획단계부터 협력해 동시에 보도하는 뉴스 서비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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