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게 씨가 말랐어요" 폐어망 등 버려 오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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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앞바다 꽃게잡이가 올 상반기 유례없는 흉어를 기록, 어민들과 관계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상반기 꽃게 조업이 마감된 지난달 30일까지 인천 앞바다에서 잡힌 꽃게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10% 수준에 머물렀다. 연평어장 등 인천 앞바다 꽃게 어획량은 국내 연안 꽃게의 75%를 차지한다.

이 때문에 선금을 주고 선원을 구해 조업에 나섰던 어민들은 빚더미에 앉을 처지에 놓였다. 꽃게 위판가격도 천정부지로 뛰어 식탁에 올리기 어려운 '금꽃게'가 됐다.

이에 따라 해양수산부와 인천시는 꽃게 금어기인 7, 8월 두 달간 꽃게 어장을 되살리기 위해 대대적인 바다 청소작업에 나서기로 했다.

◇씨가 마른 꽃게=6일 인천수협과 옹진수협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꽃게 어획량은 507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487t)의 10분의 1을 조금 넘는다. 일년 중 7~8월 두 달간은 꽃게 금어기간이어 꽃게를 잡지 못한다.

서해안 최대 꽃게 어장인 연평도의 어민 김상수(47)씨는 "한때 '물 반 꽃게 반'소리를 들었는데 꽃게 씨가 말라버린 것 같다"며 "지난 20여년 동안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허탈해 했다. 연평도 어민회장 최율(48)씨는 "어민 대다수는 올 초 꽃게 조업에 나설 선원을 구하기 위해 빚을 얻어 1인당 500만~700만원씩 선금을 주고 3~4개월의 고용 계약을 맺었지만 인건비조차 건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꽃게값도 1kg에 암게는 5만원, 수게는 4만원을 웃돌아 암게가 2만원, 수게가 1만5000원대이던 지난해보다 두배 이상 올랐다. 꽃게 1㎏이 3~4마리 정도여서 꽃게 1마리에 1만5000원가량 줘야 하는 셈이다.

인천수협 관계자는 "인천 수산업은 그나마 꽃게잡이로 지탱해왔다"며 "이대로 가다간 연평도와 연안부두 일대가 공동화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꽃게 어장 되살리기=이 같은 꽃게 흉어 현상에 대해 해양환경 전문가들은 서해 연안의 수온이 낮아져 꽃게 서식 환경이 나빠진 것도 원인이지만 폐어망 등을 방치해 바다 밑에 고기무덤(Ghost Fishing)이 형성된 것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실제로 어민들은 1~2년 정도 사용한 폐어망 폐기 처리비용(t당 30만원선)을 부담하지 않으려고 바닷 속에 무단 투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중국 선박의 싹쓸이 조업이나 우리 어민들의 산란기 남획 단속에 힘을 기울여 왔으나 보다 근본적인 대책은 해양오염으로 파괴된 꽃게 서식 환경을 되살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인천시와 해양수산부는 10일부터 다음달 31일까지 20억원을 들여 바닷 속에 방치된 연안자망 등 폐어구들을 수거하는 어장 정화작업을 벌일 방침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특히 바다 밑이 깊은 골짜기를 이루고 있는 연평어장 북서쪽 해저는 서해 꽃게의 최대 산란지"라며 "이곳에 버려진 폐어구들을 제거하면 꽃게 자원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기환.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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