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 왜 하승진이 아니라 추승균인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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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의 최우수선수(MVP) 타이틀은 ‘명예직’의 성격이 강하다. 단지 기록과 경기 공헌도로만 따진다면 외국인 선수가 챔피언결정전 MVP 트로피를 거의 독점했을 것이다. 그러나 외국인 선수로서 챔피언결정전 MVP를 수상한 선수는 2002년 마커스 힉스(오리온스), 2003년 데이비드 잭슨(TG) 두 명뿐이다.

KCC의 추승균(35·사진)이 기자단 투표에서 67표 가운데 60표를 휩쓴 점은 다소 의외다. 추승균의 분전은 물론 눈부셨다. 하지만 표의 절반가량은 하승진에게 갈 만도 했다. 하승진은 경기당 27분을 뛰면서 14.9득점·8.4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추승균은 경기당 37분을 뛰고 14.6득점·2.1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득점에서의 차이는 없고, 리바운드 수에서는 하승진이 훨씬 앞섰다. 하승진이 경기의 흐름과 분위기에 미친 영향은 추승균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이번 챔피언결정전은 ‘하승진 시리즈’라고 불러도 좋을 만했다. 과장하면 하승진의 ‘즉위식’ 같았다.

그러나 추승균에게 표가 몰린 이유는 그가 경기를 통해 준 감동의 크기가 하승진보다 컸기 때문이다. 기자들은 열기로 가득 찬 경기장 한가운데에서 직접 경기를 관전한다. 투표가 이뤄지는 시기는 대개 경기가 끝나기 전이다. 따라서 기록이 비슷하다면 마지막 경기에서 활약한 선수가 유리하다. 그 활약에는 감동이 곁들여져야 한다. 기자단이나 팬들은 발목 부상을 딛고 출전을 강행해 KCC의 골밑을 지켜낸 하승진에게 감동할 만했다. 그러나 추승균이 준 감동의 크기에는 못 미쳤던 것 같다.

추승균은 현대에 입단해 팀의 주인이 KCC로 바뀐 이후에도 줄곧 팀을 지켜온 ‘프랜차이즈 스타’다. 이상민이 간판 노릇을 했지만 삼성으로 이적하면서 현대-KCC 가문의 유일한 적자(嫡子)로 남았다. 더구나 만 35세의 늦은 나이, 시리즈 전적 3승1패를 만든 4차전에서의 결승 3점포 등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장면이 많았다. 특히 7차전에 자신의 ‘천적’ 비슷하게 떠오른 삼성의 루키 차재영을 완벽히 잠재우면서 베테랑의 위용을 과시했다. 기자단은 추승균에게서 ‘고진감래’를 느끼고, 거기에 감동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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