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은 밤이 좋아’ 만들어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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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호 16면

사람은 누구나 숙제를 싫어할 것이다. 귀찮아 뒤로 미루고,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뒤로 미뤄 놓은 숙제는, 결국 마지못해 꼭 해야 하는 그 시간 코앞에서야 느린 몸짓으로 붙들게 된다. 그게 인지상정이다.

이태일의 Inside Pitch Plus <107>

올해 프로야구 경기 제도가 바뀌면서 ‘월요일 경기’가 8년 만에 부활했다. 그런데 이 월요일 경기가 계륵(鷄肋)이 됐다. 마치 하긴 해야 하는 데 뒤로 미뤄 놓은, 우리 어린 시절의 그 숙제 같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원활한 시즌 운영을 위해 꼭 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푸념 섞인 비난이 일고 있다. 다음(화요일) 경기를 위해 이동해야 하는 팀은 이동일정이 빠듯하다. 게다가 숙박비도 추가로 들어간다고 푸념이다. 일부 구단에서는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유니폼 빨래부터가 걱정”이라며 이색 하소연을 하기도 한다. 그 와중에 지난달 29일에는 4월 27일 잠실 월요일 경기를 일찍 취소시켰다는 이유로 최동원 KBO 경기운영위원이 6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당했다. 월요일 경기는 이제 ‘폭탄’이다.

그런데 태평양 너머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메이저리그 월요일 경기가 계륵이라는 말은 들어 본 적이 없다. 오히려 월요일에는 모든 스포츠가 뜸한데, 많지 않은 경기지만 편성되어 있어서 더 반갑다는 반응이 많다. 게다가 같은 월요일 경기지만 흥행의 대명사가 된 미 프로풋볼리그(NFL)의 ‘MNF(Monday Night Football)’의 예를 보면, 같은 스타일의 상품이 출생지에 따라 이처럼 극과 극의 대접을 받나 싶기도 하다.

1970년 9월 21일 첫선을 보인 NFL 월요일 밤의 풋볼은 리그와 구단, 미디어와 팬이 환상의 궁합을 이뤄 치밀한 설계로 만들어 낸 히트작이다. 리그는 다른 모든 경기가 일요일에 열리는 점을 착안, 딱 한 경기만을 골라 월요일 밤에 편성했다. 미디어(처음엔 ABC, 2006년부터는 ESPN)는 그 경기를 브랜드로 만들었다. ‘정규 방송이 없을 때’ 편성해 주는 게 아니라, 그 경기를 고정 편성하고 더 많은 카메라와 권위 있는 중계팀을 붙였다. 프로그램 테마 음악으로 유명한 컨트리 음악가 행크 윌리엄스를 섭외, 인기와 가치를 키웠다. 팬들의 관심은 높아졌고 그들은 월요일 밤을 더 간절히 기다리기 시작했다. 결국 MNF는 프라임타임 방송의 대명사 ‘60분(60 minutes-CBS방송)’에 이어 둘째로 프라임타임에 장수하는 프로가 됐다.

왜 서로 비슷한 월요일 경기가 이처럼 상반된 대접을 받을까. 동화 ‘미운 오리새끼’에 비유하고 싶다. 한국에서는 별난 그 오리를 그저 ‘미운 오리’로만 보고 있는 반면 미국인은 그 오리가 지닌 ‘백조적 특성’을 끄집어냈다. 그리고 전통의 옷을 입혀 히트 상품으로 만들어 냈다. 그 이벤트에 대한 ‘설계’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아직도 프로야구를 ‘한국 야구 선수권 대회’로 본다. 특히 그 운영의 주체 KBO가 그렇다. 그 사고에서는 월요일 경기를 특별한 이벤트로 만들어 미디어와 결합시켜 가치를 높이겠다는 생각은 할 수가 없다. 그저 주어진 일정에 경기 수를 맞춰 나가는 게 먼저다. 모두 싫어하는 월요일 경기를 모두가 기다리는 월요일 경기로 만들려면 그 설계부터, 설계의 태도부터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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