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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이는 어린이 신간] 어린이날 선물, 책 어떠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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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네스 호 괴물의 행운
A. W. 플래허티 글, 스콧 매군 그림
신윤조·이명희 옮김, 마루벌, 40쪽, 1만원

편식하는 아이에게 보내는 희망가다. “편식하면 큰일나”란 위협에 시달려온 아이들 속을 시원하게 풀어줄 이야기다.

오트밀을 싫어하는 카트리나. 매일 부모 몰래 오트밀을 바다에 던져버렸다. 그 오트밀을 작은 바다 벌레가 받아먹고 점점 자라 네스 호 괴물이 된다. 그 과정이 경쾌하다. 그리고 카트리나도 행복하게 쭉 잘 산다. 단, 다른 형제들보다 키가 두 뼘 정도 작은 것만 빼고.

책은 아이의 편식 습관 바로잡겠다며 골머리 앓는 부모들의 마음도 한결 편하게 해준다. 미국 하버드 의대 교수인 저자 A. W. 플래허티의 고백을 들으면 더욱 한숨 돌릴 듯하다. 어려서부터 편식해왔다는 저자. 오트밀은 절대 안 먹고, 매일 인스턴트 음식인 땅콩버터잼 샌드위치를 먹었다는데. 그러면서도 반성은 없다. 도리어 “편식하는 아이들이 성장한 뒤에 비만이나 심장병에 걸릴 위험도 적다”고 주장한다.

물론 영양 전문가들의 반론이 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뭐든 “절대 안돼”라며 사생결단 반대할 일은 없다는 깨달음 아닐까. 삶을 보다 여유있게 만들어줄 교훈이다.

아빠가 집에 있어요
미카엘 올리비에 글, 한수진 그림, 최연순 옮김
밝은미래, 140쪽, 9000원

 

아빠의 실직이 소재다. 무거운 이야기지만 절대 어둡지는 않다. 어차피 좋은 일, 나쁜 일이 뒤엉키게 마련인 인생. 이를 어떻게 행복으로 요리하는지, 좋은 사례로 보여준다.

엘로디의 아빠가 직장을 잃었다. 이젠 매일 엘로디를 데리러 학교에 온다. “이제 우리는 가난해지는 거야?” 걱정이 안된 건 아니었다. 친구들에게 어떻게 말할지도 망설여졌다. 결국은 “아빠가 아프셔. 돌아가실지도 몰라”라는 황당한 거짓말을 하고, 죄책감과 후회에 시달리기도 했다.

하지만 아빠가 집에 있어 좋은 점도 많았다. 보모 아줌마를 내보내고 살림을 맡게된 아빠. ‘초보주부’인 아빠를 속여 초콜릿과 사이다를 간식으로 먹은 날도 좋았다. 직장에서 돌아온 엄마가 “과일 바구니 안에 사과가 하나도 줄지 않았다”며 캐물었을 때도 아빠 덕분에 혼나지 않았다. 아빠에게 구슬치기 비법을 배워 반 아이들 구슬을 몽땅 따버린 것도 좋은 기억이다. 아빠와 먼저 할머니 댁에 갈 생각에 여름방학도 기다려졌다.

책의 부제는 ‘하마터면 아무것도 모를 뻔한 이야기’다. 아빠가 엄청 웃기도 한다는 걸 평생 모른 채 살 뻔했다는 뜻이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끝내 긍정적인 면을 찾아내는 엘로디가 사랑스럽고 존경스럽다.

울지 마, 꽃들아
최병관 지음, 보림, 96쪽, 1만2800원

어린이들에게 비무장지대(DMZ)의 실체을 보여주는 사진집이다. 저자는 450일 동안 DMZ를 3번이나 걸어 횡단하면서 그곳의 생생한 모습을 10만 여장의 사진에 담아냈던 사진작가 최병관이다.

책은 DMZ 안에 남아 있는 끊어진 철길과 녹슨 철모, 무명용사의 무덤 등 전쟁의 흔적들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보여준다. DMZ가 그동안 주로 생태적인 관점에서 조명됐던 것에서 벗어나 역사적 의미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남과 북이 대치하는 최전방의 현실도 적나라하다. DMZ는 밤을 잃어버린 땅이다. 어둑해지기 시작하면 철조망을 따라 등불이 켜진다. 대낮처럼 환한 불빛이 강을 건너 계곡을 지나 높은 산봉우리까지 끝없이 이어진다. 조금의 틈새도 허락되지 않는다. 철조망 좁은 틈새에 조심스레 꽃아 놓은 돌멩이. 철조망을 지키는 파숫꾼 역할을 하느라 고단해 보인다. 서로 지지 않으려는 듯 태극기와 인공기 게양대는 더 높이 더 높이 올라만간다. 저자는 “이 땅에서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된는 메시지를 전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역사의 비극을 생생하게 보여주면서 평화와 생명의 가치를 전하겠다는 의도가 효과적으로 살아있는 책이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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