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노리서치가 선거 전날인 4월 2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정종복 후보는 38.1%로 무소속 정수성 후보(24.4%)를 여유 있게 따돌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리얼미터의 비공개 조사에선 정종복 후보가 8%포인트 우세했으며, 한나라당 부설 여의도연구소의 막판 조사에선 정 후보가 10%포인트가량 앞선 것으로 나왔다고 한다.
그러나 막상 투표함을 열자 정수성 후보가 45.9%로 정종복 후보(36.5%)를 9.4%포인트나 앞섰다. 당 관계자는 30일 “지난해 총선 때도 정종복 후보가 여론조사에선 10%포인트 이상 앞서다가 개표에서 5%포인트를 뒤진 전례가 있어 설마 했지만 이 정도까지 뒤집히리라곤 생각조차 못했다”고 털어놨다.
인천 부평을도 대부분의 여론조사는 2~3%포인트 차이의 초박빙 승부를 예측했지만 결과는 민주당 홍영표 후보의 10.4%포인트 차 승리였다. 전주 완산갑 개표 결과 무소속 신건 후보가 민주당 이광철 후보를 18.1%포인트나 앞섰다. 하지만 이걸 예상한 기관은 거의 없었다.
재·보선에서 여론조사가 고전했던 적은 이번만이 아니다. 2007년 4·25 재·보선 때도 대전 서구에서 5%포인트 이내의 접전이 될 것이란 여론조사의 예측과는 달리 국민중심당 심대평 후보가 한나라당 이재선 후보에게 23.1%포인트 차이의 압승을 거뒀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디오피니언 안부근 소장은 “전국적 규모의 선거는 한 지역에서 편중 현상이 생겨도 다른 지역에서 이를 상쇄할 경우가 발생할 가능성이 많아 오류가 작아질 수 있지만, 특정 선거구만을 대상으로 하는 재·보선에선 오류를 교정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전국 단위 조사 때보다 훨씬 더 정밀하게 조사 대상을 선정하지 않으면 엉뚱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재·보선 때 친야 성향의 유권자들이 투표에 더 적극적이지만 정작 이들이 여론조사에선 속내를 잘 털어놓지 않는다는 것도 조사기관을 난처하게 만든다. 이른바 ‘숨어 있는 표심’논란이다.
지역의 정치적 특수성도 이변을 만든다.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는 “24일 경주 조사 때 전체적으론 정종복 후보가 앞섰지만 ‘박근혜 지지층’만을 떼어 놓고 봤더니 실제 결과와 거의 똑같았다”며 “‘박근혜 바람’과 같은 변수는 여론조사에서 계량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김정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