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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립] Special Knowledge <27> ‘시민의 발’ 지하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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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면

김경진 기자

1974년 첫 개통…선풍기로 냉방

국내에서 지하철이 첫 운행을 위해 기적을 울린 것은 1974년 8월 15일 광복절입니다. 이전에도 의정부에서 인천을 오가는 경인선 전철이 있긴 했지만 ‘지하철’은 아닙니다. 지하에서 전동차가 다니게 된 건 이때부터랍니다. 서울역에서 청량리까지 운행하는 지하철 1호선입니다. 당시 지하철은 크기가 6량에 불과했습니다. 또 에어컨이 없어 전동차 천장에 선풍기를 달았습니다. 이 전동차는 지하철이 도심 교통 수단으로 각광받으면서 이용자 수가 늘자 89년 지금과 같은 10량짜리 전동차로 교체됐습니다. 에어컨이 처음 생긴 건 88년 서울 올림픽 때의 일입니다.

지하철과 ‘지상철’

흔히 ‘지하철’이라고 하지만 정확하게는 도시철도입니다. 선로 위를 달리는 전동차가 대부분 지하에서 오가기 때문에 ‘지하철’로 굳어진 것이지요. 더 넓은 의미로는 광역도시철도가 있습니다. 한 도시를 넘어 여러 도시에 걸쳐 운행하는 도시철도를 뜻합니다. 예를 들어 지하철 1호선은 소요산~인천 구간을 말하는데 실제로 이 구간에서 지하를 달리는 구간은 서울역~청량리 구간뿐이랍니다. 그러나 일반 시민이 이 노선을 통틀어 ‘지하철 1호선’이라 부르고 있는 만큼 이 기사에서도 ‘지하철’을 도시철도와 광역도시철도를 아우르는 개념으로 사용합니다.

기본요금 30원일 때도 있었죠

74년 지하철이 개통될 당시의 요금은 30원이었습니다. 8㎞까지 30원을 받고 1㎞를 초과할 때마다 3원씩 받았습니다. 현재 서울에서 기본요금은 900원(교통카드 기준)이며 10㎞ 초과 시 5㎞마다 100원씩 추가됩니다. 지방도 900~950원 수준입니다. 무임승차권(우대권)은 84년, 정액권은 86년 생겨났습니다. 98년 도입된 후불식 교통카드 제도는 2000년에 선불식 교통카드로 대체됐습니다.

지하철 1~4호선 사업자는 둘

서울지하철 1~4호선의 사업자는 둘입니다. 서울메트로와 한국철도공사(국철)가 나누어 담당합니다. 서울메트로는 1호선 서울역~청량리역, 2호선 전체, 3호선 지축~수서, 4호선 당고개~남태령 구간을 담당합니다. 나머지 구간은 한국철도공사가 관할합니다. 승객들은 어느 회사가 운영을 담당하는지 크게 의식하지 않아도 됩니다. 자신이 탄 전동차가 서울메트로와 한국철도공사가 담당하는 구간을 넘나들어도 갈아탈 필요가 없고, 요금을 별도로 지불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승객들이 낸 요금은 두 회사가 구간별로 수송 인원을 계산해 연말에 나눠 가집니다.

누적승객 ‘지구촌 인구 10배’

서울을 비롯해 부산·대구 등 전국의 지하철이 지금까지 수송한 승객은 645억 명입니다. 지구촌 인구의 10배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이 중 서울메트로가 지난달까지 323억 명을 태웠습니다. 서울 시민 모두가 3000번 이상 서울메트로를 이용했다는 얘깁니다. 한국철도공사가 179억 명, 서울지하철 5~8호선을 운행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가 83억 명 순입니다. 가장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역은 서울지하철 2호선 강남역으로 하루 평균 12만5000명이 이용합니다. 2호선 도림천역의 하루 이용자 수(1100명)의 100배 수준입니다. 또 광주지하철 전체의 하루 이용자 수(4만여 명)의 3배에 달하는 인원입니다.

가장 긴 차 22m…한 량 160명 타

전동차라고 모두 같은 것이 아닙니다. 크기에 따라 중량(重量)· 중량(中量)·경량(輕量) 전동차로 나뉩니다. 중량(重量) 전동차는 1시간에 최대한 수송할 수 있는 인원이 4만 명 이상으로 1량에 160명이 탈 수 있습니다. 폭 3m, 길이 22m 크기입니다. 서울의 전동차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중량(中量) 전동차는 폭 2.5m에 길이 18m로 조금 작습니다. 1량에 124명이 탈 수 있습니다. 서울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 운행됩니다. 경량 전동차는 1량의 정원이 80명입니다. 길이가 6m밖에 되지 않습니다. 현재 서울·부산·용인·김해에서 경량 전철을 위한 노선이 건설 중입니다. 첫 경전철 노선은 5월 착공되는 서울 우이동∼동대문구 신설동 구간입니다.

‘무인운전’ 갖춘 경전철 한 량 20억

전동차의 가격은 어느 정도일까요. 클수록 비싸다고요? 한 량에 20억원 하는 경전철이 가장 비싸답니다. 무인 운전 시스템을 위한 첨단 장비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죠. 중량(重量)과 중량(中量) 전동차는 가격이 비슷합니다. 한 량당 가격이 10억원대입니다. 운행되고 있는 전동차 중 가장 비싼 것은 서울 2호선의 신형 전동차입니다. 한 량이 14억2000만원입니다. 2호선 신형 전동차는 버튼만 누르면 객차 간 문이 자동으로 열리고 이산화탄소 감지 센서가 달려 있어 2500ppm 이상의 농도에선 자동 환기가 이뤄집니다. 한마디로 고급형입니다.

강남역, 하루 최고 1억1000만원 수입

승차권 수입으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역은 어디일까요. 하루에 8000만원을 벌어들이는 서울의 강남역입니다. 잠실·삼성역이 6000만원 정도 법니다. 이는 승·하차하는 인원수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습니다. 강남역의 하루 승·하차 인원은 20만 명, 잠실·삼성이 각각 15만 명입니다. 가장 돈을 많이 번 날은 언제일까요.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인 12월 24일, 강남역에서 입니다. 당일 강남역의 수송 인원은 16만8051명으로 하루 수입금만 1억1000만원에 달했습니다.

부산 만덕역 지하 66m에서 주행

지하철이 지나는 곳 중 가장 깊은 곳은 어디일까요. 부산 지하철 3호선 만덕역입니다. 지하 66m에 있습니다. 수도권에서 가장 깊은 역은 8호선 산성역(지하 55m)입니다. 지상 구간을 제외하고 가장 얕은 곳을 달리는 ‘지하철’은 서울 2호선 양천구청역(지하 8m)입니다. 지상 구간을 오랫동안 달리는 노선은 서울 1호선의 소요산역~신창역 구간으로 163㎞나 됩니다. 역간 거리가 가장 먼 곳은 1호선 경부선 평택~성환 구간으로 9.4㎞입니다.

지하철 갈아타는 데 360m 걸어야

서울지하철 신길역에서 1호선과 5호선 간 환승을 하기 위해선 직선거리로 360m를 걸어야 합니다. 1·3·5호선이 지나는 종로3가역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1, 5호선 간 환승 거리가 312m입니다.

환승 인원이 가장 많은 역은 어디일까요. 바로 서울 1, 2호선 환승역인 신도림역입니다. 하루 33만 명이 이곳에서 1호선에서 2호선, 또는 그 반대로 전동차를 갈아탑니다. 환승 인원이 워낙 많다 보니 이곳에선 출근시간대에 커트맨(Cut-man)이라는 독특한 임무를 맡은 사람이 있습니다. 출퇴근 길에 끊임없이 밀려드는 인파를 ‘끊어주는(Cut)’ 역할을 하는 것이지요. 열차 운행이 지연되는 것을 막고 승객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랍니다.

1~4호선서 작년 3만여 명 짐 놓고 내려

지하철 선반 위에 물건을 올려놓고 깜빡 잊고 내리거나 좌석에 앉아 정신 없이 졸다가 잃어버린 지하철 유실물의 종류도 천차만별입니다. 서울메트로가 지난해 신고된 유실물 현황을 조사한 결과, 1~4호선에서만 3만 명의 시민이 1억7200만원어치의 물건을 잃어버렸다고 합니다. 가방이 28%, 휴대전화 등 전자제품이 17%입니다. 가장 황당한 유실물은 소변이랍니다. 99년에 인천지하철을 이용한 50대의 한 주부가 병원 검진에 사용할 소변을 잃어버렸다며 인천지하철 유실물 센터에 신고를 했습니다. 친절한 유실물 센터 직원이 관제실과 연락해 무사히 찾아드렸다는군요.

수유 시설에 파우더룸까지

최근 모유 수유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모유를 수유할 수 있는 시설을 설치한 역이 늘고 있습니다. 부산지하철은 92개 역 중 82곳에서 모유 수유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서울도시철도가 157개 역 중 67개, 서울메트로가 116개 역 중 25개 역에 모유 수유실을 두고 있습니다. 서울도시철도는 18개 역사에 있는 여성 화장실을 개선했습니다. 파우더룸과 기저귀 교환대 등을 설치하고 기존에 남녀가 함께 사용하던 장애인 화장실을 분리했습니다.

지하철 역에서 휴대전화 충전

지하철에서 이용할 수 있는 무료 서비스도 다양합니다. 대전지하철은 22개 전 역에 책을 비치해 무료로 빌려 볼 수 있게 한 ‘시민문고’를 운영 중입니다. 470대의 자전거도 무료로 빌려주고 있습니다. 다만 시민문고는 시민들이 책을 반납하지 않아 처음에 비치했던 10만 권이 현재 8000권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서울도시철도공사는 ‘5678 행복문고’를 운영 영등포구청·왕십리·태릉입구역 등에 5000권씩의 책을 비치해 놓고 있습니다. 올 상반기까지 20곳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서울메트로는 휴대전화 배터리를 무료로 충전해 주고 있습니다. 부산지하철에서는 모든 역에서 우산을 무료로 빌려준답니다.

뉴스 클립에 나온 내용은 조인스닷컴(www.joins.com)과 중앙일보 온라인 백과사전 ‘오픈토리’(www.opentory.com)에서 다시 볼 수 있습니다.

궁금한 점 있으세요? e-메일 기다립니다. newscl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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