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축구전용구장 놓고 눈치 '극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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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마포구상암동 월드컵 주경기장 건립여부를 둘러싸고 총리실.서울시.축구협회등 관계기관들이 보이는 행동을 보면 한마디로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라는 생각이 든다.

월드컵조직위원회는 지난해말 개최도시 선정과정에서 서울시가 20일까지 주경기장 건립을 약속하지 않을 경우 개최도시에서 제외할 것이라고 결정한 바 있다.

하지만 D - 1일인 19일 현재까지 월드컵 주경기장의 건립여부는 한마디로 오리무중이다.

원인은 경기장 건립에 드는 재원배분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탓이다.

IMF한파가 불어닥치면서 축구협회가 3백억원 가량의 부담금에 난색을 표하고 월드컵경기장 건립예산으로 책정된 정부예산도 당초 5백억원에서 1백억원으로 삭감돼 경기장 건립여부가 불확실해져버린 것이다.

그러나 건립여부가 확정되지 못한 보다 근원적인 원인은 관련기관들의 여론과 새정권에 대한 눈치보기에서 비롯된다는게 기자의 생각이다.

사실 총리실.서울시.문체부등은 내심 잠실 종합경기장의 부분적인 보수와 뚝섬 돔구장만으로도 월드컵 경기를 충분히 치를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듯하다.

다만 축구인들의 반발이 두려워 건립반대라는 방울을 고양이 목에 달겠다고 과감히 나서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더구나 새정부의 교시 (?

) 만을 기다리고 있는 시점에 "어떠한 주장을 감히 한단 말인가" 라는 식이다.

축구협회도 마찬가지다.

재원배분에 대한 공식적이고 명확한 태도는 보이지 않은 채 '떡본김에 굿한다' 는 식으로 축구전용구장 건립만을 주장하며 총리실등이 방울 달아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중요한 것은 경기장 주변정비를 포함 5천여억원이라는 막대한 돈이 드는 경기장 건립이 눈치보기나 일부의 주장에 좌우돼 결정되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이제라도 관련기관들은 ▶경제난국▶서울시내 체육시설의 활용문제▶뚝섬경기장과의 중복투자▶일본과 함께 치르는 월드컵 경기에서의 국가의 위신이라는 문제를 놓고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논의를 허심탄회하게 해야한다.

이렇게 힘을 합칠때만 아무리 무서운 고양이일지라도 목에 방울을 달 수 있을 것이다.

문경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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