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 키워드]정부수립 50년…과거 비판·새대안 모색에 초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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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올해는 1948년 8월 정부가 수립된지 50년을 맞아 학계가 한국 현대사를 재조명하는 학술회의들을 부지런히 준비하고 있다 (관계기사 1월13일자 12면 '신년 브리핑' 참조) .그러나 단순히 과거를 기억해내는 수준에 그치지는 않을 전망. 최근 한국사회 전반의 위기 인식을 바탕으로 과거에 대한 비판적 조망과 새로운 대안체제 모색에 학계가 관심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헌정사를 관통하는 대표적인 주제는 '민주주의' .그러나 과거 민주적 권력으로의 이행을 다룬 '민주화' 나 민주적 제도의 규범화를 요구한 '민주주의 공고화' 와는 다른 차원의 논의가 이뤄질 것 같다.

이제는 경제와 민주주의의 갈등없는 결합이 주요한 과제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서다.

최장집 교수 (고려대.정치학) 는 국경없는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한 시장과 국가 사이의 기능적 갈등을 조절하는 문제가 논의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진단한다.

이 갈등을 해소하고 민주주의를 진척시키기 위해 유럽에서 이미 60, 70년대 복지사회를 실현한 노.사.정 사회적 협의체 (corporatism) 의 역할에 논의의 초점이 모일 것이라 예견한다.

임혁백 교수 (이화여대.정치학) 도 비슷한 견해. 민주주의 공고화가 진척되는 과정에 새로운 변수로 등장한 'IMF신탁통치' 가 민주주의 기반을 와해시킬 것인지 아니면 투명성을 제고할 것인지가 쟁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또 미국 금융자본에 의한 신자유주의적 세계질서로의 통일, 그에 따른 한국의 구조조정 등이 계급 관계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 것인가가 주요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본다.

이런 이유로 이수훈 교수 (경남대.사회학) 는 현재의 위기를 한국 현대사 속에서 조망하는 작업이 이뤄지며 사회통합이 주요한 쟁점으로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고 예견한다.

한편 정부수립 50주년을 계기로 통일문제를 비롯한 사회 전반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문제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손호철 교수 (서강대.정치학) 는 "남.북한 위기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현 시점에선 과거 냉전논리와 힘의 우위에 기초한 통일모델이 아니라 공존의 모형을 준비해야 할 때" 임을 강조했다.

이종석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정치학) 은 "오늘의 위기는 세계적인 탈냉전과 국내 냉전의 비동시성에 있다" 며 "세계사와 한국사를 연관시켜 현재의 개혁을 조망할 수 있는 인식론적 전환의 문제도 논의될 것" 이라고 내다봤다.

김창호 학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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