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당선자, 국민과 TV 대화 이모저모…여유·유머 10여회 박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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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 당선자의 '국민과의 대화' 는 밝고 무거운 분위기가 교차했다.

당선자 신상에 대한 질문에 유머와 미소를 섞은 대답이 나오면 박수가 터졌고 웃음꽃이 피었다.

빚더미위의 위기가 주제가 되면 당선자의 표정도 굳어졌고 비장함이 깔렸다.

○…金당선자는 주제를 '솔직' 으로 삼으려는 듯 TV대화의 의미도 여기서 찾았다.

金당선자는 “국민도 국정의 주인으로서 현실을 똑바로 알아야 하며 그것이 21세기의 참여민주주의이자 쌍방통행의 정치” 라고 역설했다.

그는 “국정에 대해 속이지 않고 있는 그대로 풀어나가겠다” 고 공약했다.

金당선자가 국가부도에 대해 “엘리베이터가 서 10층까지 걸어 올라가야만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고 해 분위기가 가라앉아도 그는 “나는 여기 나올 때 사실을 사실대로 얘기하겠다고 결심했다” 며 비켜서지 않았다.

金당선자는 '여는 말 (모두연설)' 때 미소를 가득 담고 시작했다.

그러나 곧 경제파탄으로 얘기가 접어들자 단호한 표정으로 원고에 없던 “경제사정이 사실은 피투성이” 라는 표현까지 동원했다.

'대화' 프로그램에 대해 金당선자는 “원래는 취임후 1~2개월정도 국정을 파악한 후 여러분앞에 앉으려 했으나 워낙 상황이 급하고 국민이 불안해 하는 것같아 지금 갖게 됐다” 고 설명했다.

그는 이후 답변에선 미소를 회복하려 애를 썼다.

그의 웃음을 끌어내려는 듯 객석의 남성질문자가 말을 더듬으며 “왜 웃음이 줄었느냐” 고 물었다.

金당선자는 “웃을 일도 없고 국민이 고생하는데 당선자가 웃으면 나더러 한심한 사람이라고 할까봐” 라고 미소로 답했고 장내엔 폭소가 터졌다.

金당선자의 답변에는 수치가 자주 인용됐다.

金당선자는 “우리가 1년에 대략 2백억달러의 원유를 수입하고” “올해 89억달러의 국제수지 흑자전망” “멕시코는 81년 지불유예를 선언해 7년동안 죽을 고생했다” 며 숫자로 얘기를 풀어 설득력을 높이려 했다.

○…오후7시부터 두 시간 동안 진행된 '대화' 는 10여차례의 큰 박수가 터질 정도로 열기가 높았다.

金당선자는 시종 여유를 잃지 않았다.

건강을 염려하는 질문에는 답변을 준비하고 있었는 듯 유머로 넘겼다.

그가 “대선때 동숭동 유세를 나가서 연설하자 앞에 앉은 아주머니가 '치매에 걸렸다는 데 괜찮구먼' 이라고 하더라” 고 소개하자 장내엔 가장 큰 폭소가 터졌다.

그는 외국손님 접대에 바쁜 부인 이희호 (李姬鎬) 여사에 대한 사랑표현을 주문받자 “외국손님보다 당신께 더 관심이 많으니 앞으로도 수고해달라” 고 웃음을 자극했다.

사회자 (奉斗玩)가 “각하라고 부르지 말라고 했는데 그러면 뭐라고 해야하느냐” 는 질문에 金당선자는 “선생에 '님' 자 붙이듯 대통령님이라고 하면 되지 않겠느냐” 고 답했다.

그는 “우리나라에 내얼굴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내 사진을 붙일 필요가 있느냐” 며 관공서에 대통령 사진을 걸지 않겠다는 계획을 확인했다.

'대화' 가 끝난 직후 金당선자는 “내용이 전국민에게 잘 전달돼 제2건국의 결의로 나라를 살리는데 동참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청중들의 밝은 얼굴을 보니 어둠속에서도 희망이 보이는 것같아 기분이 좋다” 고 말했다고 박지원 (朴智元) 대변인이 전했다.

김진·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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