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경제]수도권 1일 나들이…조개 수북히 따요

중앙일보

입력


어촌마을은 철마다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선보인다. 갯벌체험에 참가한 아이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 정보화마을]

갯벌 체험, 수도권 1일 나들이…조개 수북히 따요

지금 전국 갯벌은 조개 캐기 체험의 적기다. 하나 둘 담다보면 어느새 망태기엔 바지락이 한 가득이다. 뻘 속에 숨어 있는 조개를 집으면 손등으로 아기 게가 타고 오르는 곳. 경기도 화성 백미리 마을 갯벌체험현장을 방문했다.  

하루 관광객 1500여명 몰려
 짭조름한 바닷 내음이 코끝을 스치는 해변. 갯벌마차가 서 있다. 겉보기엔 트랙터가 끄는 평범한 트럭 같다. 하지만 갯벌에 들어서니 진가를 유감 없이 발휘한다. 푹푹 빠지는 진흙 위를 거침없이 내닫는다. 두 대의 큰 차지만90여 명의 어린이들이 나눠타니 빼곡하다. 마차를 타고 바닷길 1.5km를 달리자 양쪽으로 광활한 갯벌이 한눈에 들어온다. “저기 새가 흙속에서 뭘 찾아냈어!” 바람이 아직은 조금 차고 비포장길을 달리느라 엉덩이가 들썩거려도 아이들은 마냥 신난 표정이다.
 
이곳은 2007년 행정안전부가 정보화마을로 지정했다. 90가구 270명이 거주하는 작은 바닷가 마을이지만 알찬 체험 프로그램과 신선한 해산물로 여름이면 체험객이 하루 1500명까지 몰릴 정도로 인기가 높다. 서울에서 차로 1시간 30분 쯤 거리에 위치한 것도 장점이다. 백미리 김호연 위원장은 “체험프로그램에 참가하면 1인당 2kg 가량의 바지락을 집으로 가져갈 수 있다”며 “관광객의절반 이상은 한번 와봤던 분들”이라고 말했다. 마을 어촌계가 단합해 해산물, 체험프로그램의 가격을 저렴하게 유지하는 것도 특징이다. 김 위원장은 “날씨가 좋지 않아 조개를 많이 캐지 못한 체험단체에겐 마을 사람들이 캔 조개를 제공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진흙 속의 진주’ 찾기
 “천천히 보면서 조금씩 뻘을 걷어내 보세요. 마구 파헤치면 못 찾아요.” 김재경 관리자의 설명을 들으며 썰물로 드러난 갯벌 한가운데 자리잡은 아이들은 본격적으로 조개를 캐기 시작했다. 한손엔 호미, 한손엔 빨간 조개잡이 망을 들고 흙속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눈빛이 사뭇 진지하다. 노승민(9·백운초 3)군이 한참을 호미로 파내려가도 좀처럼 조개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켜보던 박중근(68) 관리자가 노군의 호미 바로 아래를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어, 여기 있네!” 첫 번째 수확물을 쥔 노군의 얼굴에 미소가 퍼진다.
 
‘진흙 속의 진주’라는 옛말처럼 뻘속의 조개를 찾는 작업도 눈썰미가필요하다. 흙 묻은 자갈처럼 보이지만 손끝으로 흙을 닦아내면 바지락이 정체를 드러낸다. 박 관리자는 “날이 추우면 조개가 뻘 속에 더 깊이 파고 들어가고, 따뜻해지면 위로 올라와 조금만 파면 된다”고 조언했다. 아이들 너댓명이 조개하나도 찾지 못한 장소에 김재경 관리자가 다가갔다. 아이들이 파헤쳐놓은 뻘 속에서 대번에 여남은 개의조개를 찾아 아이들 에게 건넨다. 감탄사와 함께 저마다 비결을 알려달라고 난리다.
 
시간이 흘러 조개 찾는 법에 익숙해지자 여기저기서 “와 찾았다!”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김이슬(9·다문초3)양은 빨간 망에 가득 조개를 모았다. 비결을 묻자 “갯벌 표면에도 잘 보면 싱싱한 조개와 아기 게가 많이 있다”고 귀띔했다. 다양한 종류의 조개를 모은 함중규(8·곡수초2)군은 “물이 다 빠져나가지 못한 웅덩이에 개우렁이와 고둥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류기수 체험사무장은 “갯벌체험은 도시아이들이 바닷가의 다양한 생물을 눈으로 직접 보고,생명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맑은공기를 마시며 가족과 함께 즐기는 하루여행코스로도 제격”이라고 말했다. 김호연 위원장은 “어촌마을체험은 철마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며 “7월의 망둥어 낚시, 8월의 낙지잡이도 아이들과 유익한 시간을 보내기에 손색없다”고 추천했다.

프리미엄 이지은 기자 ichthys@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