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인상으로 컨테이너운행 대부분 중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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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컨테이너를 수송하는 대형 트랙터 (25t) 차주이자 운전기사인 한의소 (韓義昭.57.부산시연제구연산9동) 씨는 기름값이 오른 지난 연말부터 보름째 차를 세워두고 있다.

기름값이 3배로 올라 운행해 봐야 손해기 때문이다.

韓씨의 하루 일과는 이렇다.

새벽2시쯤 집을 나서 부산 용당부두옆 차고에서 빈 컨테이너를 싣고 수출업체 K사의 광주.광양.곡성공장에 간다.

여기서 수출화물을 싣고 이날 오후5시까지 부산 용당세관 보세장치장까지 운반해 준다.

부산~광주공장 왕복 운임은 34만원, 부산~광양.곡성공장은 25만~32만원이다.

그는 화물알선업자들이 연간 계약한 기업체들의 화물을 실어주고 알선업자로부터 운임을 받는다.

그러나 경유 1ℓ에 2백18원이던 94년 책정된 운임은 기름값이 6백65원으로 3배이상 오른 지금도 그대로다.

이 마저 운행 한달후 1백20일짜리 어음으로 받는다.

사실상 5~6개월짜리 어음이다.

어음할인 이자율도 최근 크게 올라 손해폭이 더 커졌다.

그는 지난 11일 지난해 11월분 운임 (22회운행) 6백10만원 (부가세포함) 을 1백20일짜리 어음으로 받았다.

이 어음을 교환 (할인율 연20%) 해 화물알선 수수료 (5%).기름값을 떼고 손에 쥔 돈은 2백80만원. 이 돈으로 밀린 음식비.통행료등 출장비 (월 1백20만원).부가세 (56만원).소모품비.수리비등을 주고나니 한푼 남는게 없었다.

金씨가 밝히는 부산항~광주간 (왕복 6백30㎞) 의 운임원가는 최소한 45만원. 기름 (경유 2백80~3백ℓ) 값 하루 18만6천2백~19만9천5백원, 고속도로 통행료 하루 3만6천원, 화물적재 비용 월 25만원, 지입료 월 24만원, 야간 주차료 월 20만원, 트레일러 임대비 월15만원등이 덩치 큰 부분이다.

여기에 모두 18개인 타이어중 8개월마다 10개씩만 가는데도 3백여만원 이상씩 목돈이 들고 수리비와 정기검사비도 만만찮다.

한해 보험료 4백70만원 (책임.종합.도로배상책임보험) 도 큰 부담이며 아침은 휴게소에서 사먹지만 비용을 줄이려 점심은 도시락으로 떼운다.

종합소득세 1백20여만원은 지난해 10월부터 밀려있다.

밤낮없이 일을 해도 다섯 식구의 생활비가 모자라 부인이 4년째 우유배달을 하면서 생계를 꾸린다.

부산에서 韓씨와 비슷한 생활을 하는 개인화물운송업자는 모두 5천여명이며 화물을 알선해주는 중개업소만도 60여곳. 대부분 기름값이 오른 지난 연말부터 운행을 중단했다.

전국화물운송노련은 12일 "적자운영을 해결하기 위한 노.사.정 공동협의체를 구성해 운임을 현실화 해 달라" 고 촉구해 놓았다.

부산〓허상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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