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퇴진론 '솔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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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참의원 선거를 앞둔 일본 정치권이 심상치 않다.

"1955년 자민당 창당 이래 최고로 어려운 선거"(아베 신조 자민당 간사장)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집권 여당에 불리한 양상이기 때문이다. 자민당 일각에서는 "선거 결과가 여의치 않을 경우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총리가 퇴진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흘러 나오기 시작했다.

◇여론조사에서 모두 뒤져=아사히(朝日)신문은 5일 "총 121석을 뽑는 이번 선거의 판세분석 결과 자민당이 47석 내외, 제1야당인 민주당이 51석 내외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요미우리(讀賣) 등도 ▶자민당 48석 내외 ▶민주당 53석 내외로 예상했다. 정권의 중간평가 성격인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은 교체 대상 121석(총 참의원 의석수는 242석) 중 현 수준을 유지하는 51석을 '배수의 진'이라고 줄곧 밝혀 왔다.

자민당이 55년 창당 이후 참의원 선거에서 다른 당에 비해 의석이 뒤진 적은 89년뿐이다. 당시 소비세 도입의 역풍으로 121석에서 36석만 건지며 참패했다.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자 자민당은 4일 모든 후보에게 아베 간사장 명의의 긴급 연락문을 보냈다. "부동표를 잡을 생각하지 말고 기존 지지표라도 꽉 붙잡으라"는 것이다.

◇지지율 하락의 원인은=유권자들이 자민당을 이탈하게 된 계기로는 두가지가 꼽힌다. 우선 자민당은 야당의 반발에 아랑곳하지 않고 국민의 부담이 늘어나는 연금개혁법안을 밀어붙였다.

또 이 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고이즈미 총리의 가벼운 발언들이 유권자의 분노를 샀다.

고이즈미 총리는 국회의원이 되기 전 출근도 하지 않은 부동산회사에서 꼬박꼬박 월급을 타간 사실이 들통났음에도 "인생은 여러 가지, 회사도 여러 가지" "십인십색(十人十色)"이라며 정면으로 반박, 샐러리맨들을 허탈케 했다.

또 "훌륭하신 사장님이었다. 그런데 아쉽게도 돌아가셨다"고 했는데 생존해 있는 사실이 드러나 노인들의 반발을 샀다.

아사히신문은 "이제까지 고이즈미 총리를 감싸고 돌던 자민당 지지자들이 한순간에 싸늘한 시각으로 변했다"고 분석했다.

◇불거지는 퇴진론=아직 선거가 닷새쯤 남아 있는 데다 부동층이 30%에 달한다. 그러나 자민당 일각에서는 선거 패배를 염두에 둔 발언들이 속속 이어지고 있다.

자민당 참의원의 수장격인 아오키 미네오(靑木幹雄) 참의원 간사장은 4일 "이미 중의원에서 여당이 단독과반을 차지하고 있으니 (선거에 져도)바로 사퇴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참의원 선거에서 패한 총리는 사실상 완전히 죽은 몸이므로 그만둘지 아닐지는 총리 본인 판단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이즈미 총리와 같은 모리파의 아베 간사장은 4일 "정권을 선택하는 것은 중의원 선거"라며 "참의원 전체 의석의 과반수(43석)만 확보하면 된다"고 퇴진론을 진화하고 나섰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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