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김수영 '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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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눈 위에 대고 기침을 하자

눈더러 보라고 마음 놓고 마음 놓고

기침을 하자

눈은 살아있다

눈은 새벽이 지나도록 살아있다

- 김수영 '눈'

김수영의 언어는 때로는 돌팔매이고 때

로는 함부로 침뱉기다. 그래서 그의 언어

에는 허식이 없다.

왜일까? 정신의 푸름 때문이다. 젊음

때문이다. 숨찬 시구의 반복조차 신명난

다.

시인적인 너무나 시인적인 김수영. 그

의 도발적 정신이 눈 내리는 계절의 정신을 일깨운다.

세상이 아프고 환하다.

<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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