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막판 불거진 ‘피의자 노무현’ 변수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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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은 이번 재·보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비록 소환일이 선거 다음 날(30일)로 결정되긴 했지만 소환 사실 자체의 파장이 큰 탓에 재·보선의 막바지 변수로 여겨지고 있다. 우선은 노 전 대통령이 몸담았던 민주당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 노 전 대통령의 돈거래설이 불거진 데 대해 실망한 전통적 지지층이 아예 투표장에 나오지 않을 가능성 때문이다. 이는 민주당의 강세 지역이던 수도권과 전주의 판세가 어려워짐을 뜻한다.

한나라당은 일단 호재로 보고 있다. 도덕성과 청렴성을 ‘자랑’했던 노무현 정권의 부패 스캔들로 인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소환이 민주당 지지층의 결집을 불러올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정치 보복’으로 받아들인 유권자들이 민주당에 힘을 실어줄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노 전 대통령 소환 변수가 어느 한쪽으로만 유리하게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디오피니언의 안부근 소장은 28일 “노 전 대통령의 소환이 일단은 젊은층이나 민주당 지지층에 조금은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며 “그러나 워낙 여러 가지 다른 변수가 많아서 그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은 것 같다”고 전망했다.

정치컨설턴트인 박성민 민기획 대표는 “선거는 악재가 호재가 되고, 호재가 악재가 되기도 한다”며 “당장 보기엔 어느 쪽에 타격을 줄 만한 것들이 오히려 반대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민주당 지지자들이 노 전 대통령의 소환 조사를 정치 보복이라고 판단한다면 오히려 이들을 결집시키고 투표장으로 나오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생각보다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처음엔 민주당 지지표가 많이 이탈할 것으로 봤는데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오히려 ‘민주당을 찍어 노 전 대통령을 보호하자’는 분위기도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 윤호중 전략기획위원장은 “소환 계획 발표를 통해 득을 볼 건 없다. 하지만 이미 노 전 대통령 부분에 대해선 지난 한 달여 동안 투표심리에 영향을 미칠 대로 다 미쳤다”고 평가했다. 그는 검찰을 향해 “선거 기간을 피함으로써 선거 개입이란 의혹을 벗으려 했는지는 모르지만 소환을 통해 얻을 이익은 다 얻고, 위험은 비켜가는 정치적인 결정을 했다”고 비판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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