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충처리인 리포트] 탄소 제로? CO₂제로가 정확한 표현이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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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탄소가 없으면 어떻게 지구상의 생물이 살아갑니까.”

한때 대부분의 신문과 방송에서 환경기사를 다루면서 이산화탄소(CO2)와 탄소(C)를 구분하지 않고 쓴 적이 있었다. 외국 언론들도 ‘carbon-zero’ ‘carbon-emission’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탄소와 이산화탄소를 동일시했다. 아직도 일부 정부기관이나 환경단체는 ‘탄소를 줄여야 한다’는 식의 문구를 관행적으로 쓰고 있다. 그러나 이산화탄소와 탄소는 전혀 다른 의미다. 이산화탄소는 탄소계 연료인 석탄과 석유 등을 태울 때 나오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몰리고 있는 물질이다. 반면 탄소는 유기물질을 구성하는 기본원소로, 생물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물질이다.

일러스트=강일구 ilgoo@joongang.co.kr

1997년 체결된 교토의정서의 기후변화협약에서 명시한 감축 대상 온실가스 여섯 가지엔 이산화탄소만 포함됐지 탄소에 관한 언급은 일절 없다. 따라서 ‘탄소 제로’ ‘저탄소’ 운운하는 것은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물론 지금은 대다수 언론사가 탄소 대신 이산화탄소의 분자식인 CO2라든가 온실가스 등으로 바꿔 쓰고 있지만 이렇게 된 것은 그리 오래전 일이 아니다.

1년여 전쯤 중학교 교사라고 밝힌 한 독자가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신문에서 자주 탄소 제로라는 말을 부지불식간에 쓰고 있는데, 이는 잘못이다. 탄소는 환경보존에 꼭 필요한 화학물질이기 때문이다. 탄소가 없으면 지구상에 있는 모든 생물은 죽는다. 언론의 잘못된 용어 사용은 교육적으로도 좋지 않으니 중앙일보만이라도 바로 써달라”고 말했다. 그는 환경을 살리기 위해 여러 가지 캠페인을 벌이는 것도 좋으나 그 이전에 정확한 용어 사용 운동부터 해야 한다며 환경부 등 정부기관에도 이의를 제기해 시정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6개월쯤 지난 어느 날 이 독자는 다시 전화를 걸어 “중앙일보를 비롯한 언론사들이 탄소 대신 CO2 등으로 고쳐 쓰고 있다. 잘못된 용어 사용의 관행을 바로잡아준 중앙일보에 감사의 뜻을 전한다”고 알려왔다.

온실가스 감축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등장한 현실에서 환경 문제에 대한 독자의 관심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특히 생소한 용어나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제도가 소개되는 날엔 독자 문의가 부쩍 늘어난다. 그만큼 환경 관련 기사의 열독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중앙일보는 전문적인 환경용어는 가능한 한 쉽게 풀어 쓰는 한편 독자들이 개별적으로 궁금한 사항에 대해서도 일일이 답변을 하는 등 소통의 폭을 넓히고 있다. 대구에 사는 강정환씨가 “신문에서 ‘CO2 배출권 거래 시장’이란 용어가 가끔 나오는데, 지구온난화의 원인이라는 CO2를 왜 사고팔려 하느냐. 개인도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느냐”고 물어와 시장의 설립 배경 등에 관해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중앙일보가 이달 22일 지구의 날을 맞이해 시작한 ‘지구를 위한 서약’ 캠페인에 대해 독자들이 거는 기대 또한 크다. 이 캠페인에 따라 아파트·기업·정부기관·학교 등이 올 한 해 동안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알리고 감축 계획을 공개적으로 약속하게 된다. 서울 사당동에 사는 김관영씨는 “중앙일보가 오래전부터 환경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 국가적인 이슈로 만들어 준 것을 고맙게 생각한다”며 “우리 아파트도 이 캠페인에 동참토록 하겠다”고 알려왔다. 춘천교대 이대형 교수는 “앞으로 경제위기보다 훨씬 더 심각한 기후변화의 재앙이 다가올 것이다. 지구를 위한 서약 캠페인이 하루 빨리 성공을 거둬 환경운동이 일상에서 하는 일이 되었으면 한다”고 전해왔다.

환경 파괴 현장에 대한 고발도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 오산의 구정호씨는 “경기도 평택에 있는 한 농지가 인근 공장의 기름 유출로 오염되고 있으니 빨리 와서 취재해 가라”며 “언론이 환경 파수꾼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명수 고충처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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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강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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