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바둑]올 신인왕 쟁탈 춘추전국시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이창호 이후' 를 놓고 신인들의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97년도 신인왕은 이성재 (21) 4단이었다.

바둑 명가인 조남철가문의 일원인 그는 '97바둑문화상' 신예기사상 부문에서 이세돌 (15) 초단과 경합 끝에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올해의 신인왕은 누구일까.

새해 벽두의 신예대결에서 이세돌초단이 이성재4단을 격파하면서 李초단은 일단 98년도의 가장 강력한 신인으로 떠올랐다.

李초단은 지난 8일의 비씨카드배 신인왕전 승자8강전에서 李4단에게 불과 1백67수만에 불계승을 거두며 수상 탈락의 아픔을 씻은 것이다.

이상훈3단의 친동생이기도 한 李초단은 전남신안군 비금도에서 올라와 96년에 프로가 된 바둑천재로 기풍은 조훈현 계열의 빠르고 전투적인 맥을 잇고 있다.

우리 바둑계는 대부 조남철 (75) 9단으로부터 김인 (55) 9단.조훈현 (46) 9단.이창호 (23) 9단 등 4대가 정상의 자리를 이어내려오고 있다.

조남철은 빠르고 김인은 느리며, 조훈현은 빠르고 이창호는 느리다.

서로 상극의 기풍이 뒤를 제압한 것이다.

이제 빠른 바둑이 대를 이어야 할 차례라고 볼 때 이세돌은 적합하다.

이세돌은 지난해 서봉수9단 등을 꺾고 대왕전 승자결승전까지 진출했다가 조훈현9단에게 덜미를 잡혔지만 실력은 이미 4인방 언저리에 이르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세돌 정도는 아직 멀었다는 평가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일본에선 신인상을 받은 기사들이 순서대로 정상에 올랐다.

우리는 바둑문화상이 부활된 93년에 최명훈 (23) 6단이 신인상을 받았고 94년에 김승준5단, 96년에 김성룡4단, 97년에 이성재4단 순으로 이어졌다.

이창호9단이 막강한데다 나이도 한창인 점을 고려할 때 이들이 일본처럼 차례로 정상에 오른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그래도 '이창호 이후' 를 말하자면 도전무대에서 이창호와 수없이 격돌해 본 최명훈6단이 항상 첫손에 꼽힌다.

지난해 삼성화재배 세계오픈에서 4강까지 진출, 기염을 토한 김승준 (25) 5단도 유망주다.

그러나 이들은 이창호와 동갑이거나 선배라는 한계를 갖고 있다.

조치훈9단의 외조카인 이성재4단은 지난해 세계대회 8강까지 진출했고 국내에서도 조훈현.서봉수의 벽을 넘어 이창호에게 도전했던 경험이 있으니 그 역시 강력한 도전자임에 틀림없다.

지금은 군에 가있지만 96년도에 국내외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김성룡 (22) 4단도 있고 이미 14세때 국제대회에 나가 녜웨이핑 (섭衛平) 9단 등 강호를 격파했던 목진석 (18) 3단도 있다.

지난해 5단이하의 다승경쟁은 매일 순위가 바뀔 정도로 치열했다.

김만수 (21) 3단이 58승으로 1위를 했지만 처음엔 유재형 (21) 3단과 이현욱 (18) 2단이 앞서 있었다.

이세돌과 입단 동기인 조한승 (16) 2단도 유망주로 꼽히고 있으며 지난해 데뷔한 안영길 (17) 초단은 테크론배에서 서봉수9단을 누르고 예선결승까지 갔고 박카스배에선 내리 6연승을 거두며 본선진출에 성공했다.

이외에도 9단들을 꺾는 초단들은 무수하다.

신인들의 무대는 자고 나면 지도가 바뀌는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고 있다.

그러나 이창호9단이 당분간 정상을 지킬 것이 확실하다고 볼 때 이창호 이후를 맡을 기사는 이세돌초단처럼 연령면에서 좀더 멀리 떨어진 기사중에서 나올 가능성이 크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