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TV' 한국가요 순위프로 23일 첫 방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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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우리 대중가요의 세계화 허상 몇개. 인기절정이던 94년, 서태지와 아이들은 일본에 진출한다고 발표했다.

사람들은 세명의 대한 건아가 '남벌' 에 나섰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나 음반은 수천장 판매에 그쳤고 서태지들은 국내스타에 머물렀다.

박진영 역시 2년전 세계적 레이블 EMI로 일본에 진출했다.

그러나 그 이후 판매상황은 종무소식이었다.

이는 출정가만 요란했지 지속적으로 현지에서 노래를 홍보하는 마케팅 전략이 없어 싱겁게 막을 내린 대표적인 케이스다.

그런 점에서 23일부터 세계적 위성방송망인 스타TV의 V채널에서 매주 1시간씩 고정 방송될 한국가요 순위프로 '엘리트 코리아 톱10' (금요일 오후6시.한국시각) 은 관심거리. 한국가요 수출을 선도할 교두보로서의 역할 때문이다.

홍콩에 본부를 둔 스타TV는 중국부터 이집트까지 70여 국가에서 5천4백만가구 2억여명이 시청하는 다국적 위성방송이다.

국내에서는 케이블방송 가입자등 3백40만가구가 시청한다.

V채널은 스타TV에 속한 음악 전문 채널로 주로 중국과 일본.인도.필리핀 등의 대중음악을 소개해오다 이번에 처음으로 한국가요 프로그램을 편성한 것. 한국 영상업계로서도 세계적 위성방송망의 주요 시간대에 고정 프로그램을 공급하기는 이번이 처음이어서 설레고 있긴 마찬가지다.

제작을 맡은 디지탈미디어㈜는 이 기념비적 출발을 자축하는 의미로 첫회는 눈덮인 스키장 (휘닉스파크)에 터보.젝스키스.지누션.자우림.업타운.클론등 인기 댄스스타들을 총집결시켜 한국팝의 현주소를 보여줄 계획 (오늘 오후6시 녹화) 이다.

그러나 2억 외국인들에게 한국가요를 홍보하고 바이어를 끌어모으는 무역항으로 자리잡기 위해 2회부터는 댄스보다는 발라드.포크등 성인가요를 균형있게 소개한다는 방침. 특히 트로트 코너를 고정편성해 수출상품으로 육성한다는 것이다.

탤런트 이본이 MC를 맡은 '엘리트…' 는 우리말을 기본언어로 진행한다.

그러나 멘트 일부와 가수.노래.음반사 이름은 영어.중국어 자막으로 처리해 출연가수의 본격적인 해외홍보물로 활용할 계획이다.

해외방송프로인 만큼 순위의 공정성에 특히 신경을 써 방송3사 순위 외에 인터넷.자동응답시스템을 이용, 투명한 차트를 작성하고 뮤직비디오 중심으로 방송하되 유망한 기대주는 집중출연시켜 스타덤에 올려준다.

또 무대배경으로 남산타워.설악산 등 국내 명승지를 소개함으로써 관광산업 홍보기능도 겸할 예정이다.

디지탈미디어㈜는 이 프로그램 제작비로 반년마다 20만달러씩 받게돼 광고비를 제외하고 10만달러의 외화를 벌게 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의미있는 것은 한국가요의 해외홍보 및 세계화의 잠재력 타진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주요 시청국가인 중국.홍콩.동남아에선 댄스보다 발라드가 인기라 가창력 뛰어난 우리 가수들을 집중소개한다면 성공 가능성이 높다” 고 전망한다.

특히 4월부터는 황금시간대인 금요일 밤10시 (한국시각.홍콩과 중국은 밤9시) 로 이동할 예정이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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