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소, 북한 로켓 빌미로 집단적 자위권 논의 본격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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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소 다로 일본 총리가 집단적 자위권을 허용하는 방안을 놓고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북한의 로켓 발사 이후 확산된 안보 강화 분위기에 편승해 보수 우파들의 오랜 숙원을 풀고, 차기 중의원 선거에서도 카드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아소 총리 측근들은 “다음 달 연휴가 끝나는 대로 단·중·장기 계획에 따라 집단적 자위권에 관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아소 다로 일본 총리는 일본 군대의 무력행사를 금지하고 있는 헌법 해석을 재검토할 예정이다. [중앙포토]

집단적 자위권은 동맹국이 무력 분쟁에 휘말릴 경우 무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유엔은 모든 국가에 집단적 자위권을 허용하고 있으나, 일본은 과거 일제 침략의 역사에 대한 반성에서 헌법 해석을 통해 금지해 오고 있다. 그러나 우파 정치인들은 이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일본 정부가 집단적 자위권을 허용할 경우 일본의 군사 활동 범위가 대폭 확대되고, 동북아 안보 질서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미군이 동북아에서 무력 분쟁에 휘말릴 경우 일본도 미·일 동맹에 따라 참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집단적 자위권 허용 보고서 마련=아소 총리는 23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 때 총리 자문기구로 출범한 ‘안전보장 법적 기반 재구축에 관한 간담회’의 대표 야나이 슌지(柳井俊二) 전 주미대사와 만났다. 간담회가 지난해 6월 작성한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관한 보고서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자리였다. 끝난 후 아소는 기자들에게 “간담회는 제대로 된 보고서를 마련했다”며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미국 함대·선박 방어, 탄도미사일 요격, 국제적인 평화활동을 위한 무기 사용 등 4종류에 관한 정부 해석만 변경하면 현행 헌법 정신을 위반하지 않고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나라 부대를 후방에서 지원할 때도 전투지역에서는 무력행사와 똑같다는 전제 아래 헌법상 재해석을 요구했다.

아시아 국가와의 외교를 중시했던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총리는 이 보고서에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아소는 지난해 9월 총리 취임 직후 “ 해석을 변경해야 한다”며 집단적 자위권 허용에 적극적이었다. 자신이 아베 내각에서 외상 시절 간담회 설치에 직접 관여했고, 보고서의 네 가지 유형도 자신과 아베 전 총리의 아이디어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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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층 지지 만회 전략=북한의 로켓 발사는 또다시 일본 내 보수 정치인들의 군사력 강화 요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나카가와 쇼이치(中川昭一) 전 재무상은 2007년에 이어 다시 ‘핵무장론’을 거론했다. 자민당은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군사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보수층을 끌어모으겠다는 전략도 갖고 있다. 제1야당 민주당은 정권 교체를 외치면서 총선을 요구하고 있다. 자민당은 정부의 경기 대책에 대한 여론은 어느 정도 좋아졌지만, 아소 총리에 대한 지지와 보수층의 지지는 아직 약하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안보 문제로 내부 잡음이 끊이지 않는 민주당과의 차별화를 위해 차기 중의원 선거에서 집단적 자위권 문제를 내세워 야당과의 대립각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아베는 25일 아이치(愛知)현 세토시에서 강연회를 열고 “자민당은 다음 중의원 선거 때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포함한 (헌법) 해석 변경 문제를 공약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 차기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보수층 결속을 위한 카드”라고 분석했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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