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행복한 직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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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좋은 엄마’가 ‘좋은 교사’ 죠

저는 아이들에게 세상 사는 법을 가르쳐 주는 교사입니다. 하지만 막상 제 아이가 태어나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공황상태에 빠졌습니다. 아기가 왜 우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제게 육아는 저의 꿈과 시간을 포기해야 하는 희생으로만 느껴져 고행 길 같았습니다. 육아의 달콤함을 누리고자 신청한 휴직기간이 제 일생에서 가장 어려운 시련의 기간이 된 것입니다.

칭찬받으며 공부했던 학교에서는 아이의 마음을 다독여 주는 법을 배우지 못했습니다. 세상의 모든 지식이 들어 있다는 인터넷에서조차 좋은 엄마 되는 법에 대해서는 연령별 전집목록, 이중 언어 환경, 기백만원짜리 놀이학교 등 마음이 헛헛한 말뿐이었습니다. ‘명색이 선생님인데…’ 하는 생각들이 제 마음을 더 괴롭히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엄마학교를 만났습니다. 엄마 되는 법과 함께 좋은 물건을 고르는 눈, 삼라만상을 두루 볼 수 있는 안목, 자연을 통해 배우는 법, 주변 것들에 감사할 줄 아는 마음, 행복한 부부가 되는 법까지 배웠습니다. 저는 이제 아이의 살 냄새가 달콤해졌습니다. 비싼 교구나 책보다 아이와 함께하는 찬장놀이·화장품놀이가 더 즐겁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아이가 책상이나 피아노 위로 올라가더라도 할 일을 멈추고 지켜볼 뿐 “안 돼!”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제 키보다 높은 곳까지 올라갈 만큼 자란 게 신기해 칭찬해 줍니다. 아이가 떼를 쓸 때도 윽박지르지 않게 되었습니다. 민준이는 아직 아이일 뿐이니까요.

복직을 해서 다시 3학년을 맡게 됐는데 아이들은 여전히 줄을 못 서고, 버섯을 못 먹겠다고 하고, 수업 시간에는 몸을 비틉니다. 그런데 “땅에 발 붙이고 산 지 겨우 10년도 안 된 아이들일 뿐 집에서는 모두 부모님께서 하늘같이 여기며 키운 아이들일 텐데…”라고 생각됩니다. 어느덧 다정한 선생님, 대범한 선생님이 돼 있습니다. 내 아이에게 좋은 엄마가 되고자 노력했을 뿐인데 내 학생들이 건강하고 잘 뛰어노는 것에 감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좋은 엄마 되는 길이 좋은 선생님 되는 길과 다르지 않더군요.

손은영(28, 21개월짜리 아들 엄마)

환하게 웃으며 맞아만 줘도
더 친밀해지고 행복해져요

6개월 젖먹이를 떼놓고 남편과 태권도학원을 시작했습니다. 제게는 늘 일이 먼저였고 아이는 언제나 곁에 있으므로 기다려 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날도 다른 아이는 축하해 주면서 내 아이 마음은 헤아려주지 못했습니다.

어느 날 아이가 그러는 거예요. “엄마는 왜 나한테는 화내고 다른 언니·오빠들한테는 웃어요?”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 욕심에 많은 책을 읽으면서도 곁에 있는 아이는 보지 못한 것입니다.

그러다 남편이 선물한 『엄마학교』를 읽으며 눈이 뜨였습니다. ‘엄마의 역할은 단 하나, 집에 들고 나는 아이를 환한 웃음으로 언제나 두 팔 벌려 맞아주는 것이다’.

용기를 내 따라 했습니다. 아이를 두 팔 벌려 맞이했습니다. 상담 중일 때는 어머니들께 양해를 구해 아이를 맞았습니다. 심술이 나서 들어오는 날, 숨을 헐떡이며 뛰어 오는 날, 환하게 웃으며 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날, 입을 종알거리며 오는 날 등 너무나 많은 표정과 몸짓이 있다는 걸 그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라도 달콤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입니다. 집으로 오는 길에 딸 수빈이가 “난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 라며 손을 꼬옥 잡습니다. 가슴 울컥, 너무나 고마웠습니다.

심경화(35 , 11살 딸의 엄마)

성가신 장난감 치우기도
즐거운 놀이로 풀 수 있어

우리 아이 셋과 이웃집 아이 셋이 저희 집에서 놀았습니다. 여덟 살부터 열한 살 남녀 아이들이 신나게 전쟁놀이를 한 거실과 방바닥은 그야말로 발 디딜 틈이 없었습니다. 늘 제가 장난감 정리를 했었는데 그날은 아이들에게 같이 하자고 했습니다. 아이들은 몇 개 정리하더니 모두 제 눈을 피하면서 어슬렁거리기만 했습니다. 화가 나기 시작했지만 화를 누르고 엄마학교에서 배운 대로 ‘놀이’로 치울 방법을 궁리해 보았습니다.

“자, 이제 2분의 시간을 줄 거야. 그동안 자기가 꺼낸 물건 다 정리하기. 2분 뒤에 바닥에 남은 것 중 본인이 꺼낸 게 나올 때마다 그 사람은 엉덩이로 이름 쓰기다.”

아이들 눈에 갑자기 생기가 돌더니 몸짓이 빨라지기 시작했고, 금세 바닥이 훤해졌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인지라 구석구석에서 작은 장난감 조각들이 나왔지요. 그때마다 걸린 아이는 쑥스러워하면서도 열심히 엉덩이로 이름을 썼습니다. 모두 배꼽을 잡고 웃으며 노는 동안 거실은 말끔히 정리되었습니다.

놀이를 끝내고 나니 “화내거나 잔소리 하지 않고 해결했구나”하는 뿌듯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오늘의 놀이를 첫 걸음으로 몇 년 뒤에는 뭐든 놀이로 푸는 ‘달인 엄마’가 돼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늘 배우며 지혜를 키워 나가겠습니다.

백남정(41 , 초등 3·4·5학년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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