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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On Sunday

신입사원 1차 면접 보는 사장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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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소니를 창업한 모리타 아키오(盛田昭夫·1921~99)에게 사람 뽑는 일은 ‘중요한 쇼핑’이었다. “한 직원이 정년퇴직할 때까지 3억원을 받는다고 치자. 그러면 직원 한 명을 채용한다는 것은 3억원짜리 물건을 사는 셈이 된다. 이것은 상당한 고가 상품이기 때문에 함부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모리타 아키오 『나는 어떻게 미래를 지배했는가』에서)

기업에서 채용은 중요한 문제다. 기업의 생존이 사람한테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세계적 경영학자인 짐 콜린스는 “위대한 경영자들은 적합한 사람을 태운 다음 버스를 어디로 몰고 갈지 생각했다”고 갈파하지 않았나. ‘무엇’보다 ‘누구’가 먼저라는 것이다.

지금, 사람이 넘쳐난다. ‘100만 실업자’ 시대를 코앞에 두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청년 실업률이 8.8%라니 젊은이 열에 하나는 하릴없이 놀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기업에선 “사람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심지어 “사람 때문에 기업 못해 먹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한다. 삼성전자·현대자동차·LG전자 같은 대기업만 사정이 나아 보인다(물론 이들도 속내는 다를 수 있다). 인재가 몰린다고 자부하는 회사는 100개도 안 될 것이다. 뒤집어 보면 300만 개가 넘는 중소기업, 그러니까 대한민국 99%의 직장이 ‘구직난 속 구인난’을 겪고 있는 셈이다.

핵심은 채용이다. 기업한테는 좋은 사람을 구하는 것이, 구직자한테는 궁합 맞는 직장을 구하는 것이 요체다.

여기서 팁 하나. 현대산업개발 계열사인 아이서비스의 이치삼 사장은 지난해 이맘때부터 1차 면접 심사위원으로 나간다. 기업의 채용 과정이라는 게 서류전형을 거친 다음 으레 실무진·임원 면접이 있게 마련인데 이 사장은 이 순서를 뒤집은 것이다.

수시채용을 하다 보니 그는 한 달에 서른 명가량 신입·경력직 지원자를 만난다. “지원 동기가 뭐냐” 혹은 “회사를 옮기려는 이유가 뭐냐” 같은 간단한 질문을 던진다. 그렇지만 ‘기업의 수장은 주차장 청소상태나 화분 정돈 상태만 봐도 그 회사 사정을 짐작할 수 있다’고 하지 않나. 이 사장은 “짧은 시간이지만 지원자의 인성과 자질을 파악하고 회사가 찾는 인재상인지 판단하기에 모자라지 않다”고 했다. 실무능력은 사장이 뽑은 1차 합격자들 가운데 함께 일할 상사가 평가한다. 최종 합격자가 누가 될지 사장이 모르는 것이다.

이렇게 순서 하나 바꿨을 뿐인데 소득이 쏠쏠하다. 사장은 회사가 찾는 인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실무진은 윗사람 눈치보지 않고 ‘동료’를 구할 수 있다. 합격자도 ‘사장이 먼저 뽑은’ 인재라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으니 일석삼조다. 이 사장은 “서로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자평했다.

채용을 잘하려면 시간과 비용이 든다. 대충 뽑고 잘하기를 바라는 것은 요행을 바라는 투기와 비슷하다. 이래서는 좋은 회사를 만들기 어렵다. 그래서 더 투자해야 한다. 지혜도 모아야 한다. ‘인재 미스매치’를 해결할 사람은 바로 사람 욕심으로 가득 찬 사장님 아닐까. 그래야 “우리 회사에는 나 같은 (열정 있는) 사람이 열 명도 넘는다”고 큰소리칠 수 있을 것이다

이상재 경제부문 기자 sangja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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