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무성 “원전 핵 폐연료봉 재처리 시작했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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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호 01면

북핵 롤러코스터 게임이 다시 시작됐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25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14일 외무성 성명으로 선언한 데 따라 우리 시험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온 폐연료봉들을 재처리하는 작업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유엔 안보리서 北 기업 3곳 제재 대상으로 지정 직후 발표

북한은 14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로켓 발사를 규탄하는 ‘의장성명’을 채택하자 이에 반발해 “6자회담을 거부하고 핵시설을 재가동하며 폐연료봉 재처리를 하겠다”는 내용의 외무성 성명을 발표했다. 이후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시요원을 추방하는 등 비핵화 역주행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국면 전환이 없을 경우 북한이 2차 핵실험을 강행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북한은 이날 유엔 안보리 제재위원회가 의장성명 후속조치로 북한의 기업 3곳을 제재 대상 기업으로 지정한 직후 폐연료봉 재처리 사실을 발표했다. 폐연료봉 재처리는 원자로에서 연소된 연료봉에서 핵무기 제조용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과정이다. 플루토늄 추가 생산은 현재까지 진행된 비핵화 과정의 심각한 훼손이다.

정부는 북한의 폐연료봉 재처리 발표에 대해 “예상했던 수순”이라며 신중하게 반응했다. 정부 당국자는 “유엔과 미국 등 국제공조를 통해 포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만큼 별도의 논평은 내지 않는다”고 말했다.정부 관계자는 “재처리 시설 내 장비들이 해체돼 다른 곳에 보관돼 있다”며 “시설을 복구하는 데는 한 달은 걸리지만 북한이 속도를 낼 경우 더 빨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IAEA 감시요원들이 평양에서 추방돼 실제 어느 정도로 진행됐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북한은 5일 로켓을 발사하기 전부터 “로켓 문제를 유엔에 상정만 해도 6자회담은 파탄 날 것”이라는 경고해왔고, 안보리 의장성명이 나온 뒤 강공책들을 하나씩 실행에 옮기며 위기 지수를 높이고 있다.

정부는 북한이 ‘시위성 언급’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플루토늄 추가 추출, 원자로 재가동, 2차 핵실험까지 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24일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이 압박하면 할수록 조선은 핵보유국으로서의 지위를 더욱더 확고한 것으로 다져 나갈 것”이라고 제2차 핵실험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편 유엔 안보리 제재위 의장을 맡고 있는 바키 일킨 유엔 주재 터키 대사는 이날 제재위 회의가 끝난 뒤 조선광업무역회사·단천상업은행·조선용봉총회사 등 3곳을 제재 대상으로 선정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그동안 대량살상무기(WMD) 거래에 관여해온 것으로 의심받아온 기업들이다. 실제 북한 기업이 유엔의 제재 대상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킨 의장은 또 “1718호에 따라 대북 수출입이 금지되는 기술과 장비, 품목, 상품 등의 목록을 업데이트했다”고 밝혔다. 안보리의 대북 제재 리스트는 유엔 회원국들에 곧바로 공지되며, 각 회원국은 안보리가 2006년 북한 핵실험 이후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 1718호에 따라 리스트에 오른 3개 북한 기업의 모든 금융자산을 동결하고 거래도 금지해야 한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세계경제로부터 고립돼 있어 이번 조치가 얼마나 효과를 낼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국제사회가 단시일 내 한목소리로 대응한 것은 상징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른 당국자는 “개별 국가가 성실히 이행하지 않아도 이를 강제할 방법은 없지만, 북한이 2차 핵실험 같은 추가 도발을 할 경우 강력한 제재를 취할 토대는 마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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